겨울은 미술·전시업계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다. 날이 추워지면 전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겨서다.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상당수 미술관과 갤러리는 아예 문을 닫고 봄 전시 준비에 ‘올인’한다.
하지만 이런 미술 전시 비수기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오픈런’이 벌어지는 전시가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이다. 1930년대 중후반 프랑스 파리의 풍경을 따뜻한 색채로 그린 들라크루아의 국내 첫 전시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이달 인기 전시 랭킹 1위’를 차지한 바로 그 전시다.
이 덕분에 개막 열흘 만에 2만 명(휴관일 제외·29일 기준 약 2만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이렇게 빨리 2만 명을 넘어선 전시는 성수기에도 흔치 않다”(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설명이다. 올겨울 ‘최고 인기 전시’로 거듭난 들라크루아의 세 가지 매력을 정리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들라크루아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이라며 “가족 단위 관람객을 잡은 게 전시의 흥행 요소”라고 했다.
마치 파리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각 전시장에 ‘정거장’이란 이름표를 붙였다. 정거장마다 걸린 그림 앞에서 “맞아, 여기 가봤었지”라며 파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파리에 가보지 못한 관람객이라면 들라크루아가 그림으로 찍어준 파리의 ‘필수 여행코스’를 눈에 담으면 된다. 훗날 써먹을 일이 있을 테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린 5번째와 8번째 전시장엔 숲속 나무 향이 가득하다. 전시를 위해 조향사가 특별 제작한 디퓨저를 배치한 덕분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5~6번째 전시장에선 함박눈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프로젝션 매핑’(벽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동영상을 쏘는 기법)으로 만든 효과다.
전시장 마지막에 있는 ‘굿즈’ 섹션도 인기다. 작품이 그려진 엽서, 포스터, 마그넷, 배지 등 다양한 기념품을 통해 집에서도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즐길 수 있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엽서는 지금껏 1만2000여 장이 팔렸다. 관람객 두 명 중 한 명꼴로 엽서를 구입한 셈이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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