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건강e매일] 거머리는 '자연의 의사'다

입력 2023-12-31 17:16   수정 2024-01-01 00:13

최근 살아있는 거머리를 치료에 자주 응용한다. ‘거머리요법’이다. 거머리요법은 전 세계에서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고 기존 의술로 해결이 안 되는 만성질환과 난치병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래는 무척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활용됐고, 중세 유럽에서는 거머리를 너무 많이 채취해 멸종 위기에 처할 정도였다. 동양에서도 중국 명나라 시대의 <경악전서>나 <본초강목>,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동의보감>에 보면 ‘기침법(鍼法)’이라고 기록돼 있다. 일명 ‘거머리침법’인 셈이다. 종기나 옹저(癰疽)와 같은 화농성 질환에 특효가 있다고 했다.

의료용 거머리는 멸균 수족관에서 양식된 것을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의료용 거머리를 유럽 등에서 수입한다. 일반인이 논이나 못에서 거머리를 잡아 물리는 경우는 감염 우려가 있어 절대 금물이다.

보통 거머리요법은 죽은 피나 농을 빨아 먹어서 효과를 낸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거머리요법의 중요한 효과기전은 거머리 침샘으로부터 분비되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에 있다. 거머리가 피를 빠는 동안 치아 사이의 거머리 침샘으로부터 히루딘과 함께 60~100여 개 물질이 분비된다. 이 성분은 소염진통, 혈액순환촉진, 충혈제거, 면역안정, 혈관재생, 조직재생 효과를 낸다.

거머리요법은 특히 버거씨병으로 인한 괴사를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관절염에도 다용되는데 통풍성관절염, 퇴행성관절염, 무릎관절염, 엘보 등에도 효과적이고 심한 발목염좌나 근막통 증후군에도 활용된다. 그 외에도 혈관염에 의한 궤양(청피반성 혈관염), 화농성 피부질환, 종기, 농포성 여드름, 중이염, 돌발성 난청, 만성두통, 원형탈모증, 치질 등에도 쓰일 수 있다. 조직이식이나 수지접합술 이후 괴사를 막기 위해서도 적용된다.

거머리를 한번 물리면 배불리 피를 빨아 먹고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유지한다. 보통 1~2시간 정도 피를 빤다. 거머리가 떨어지면 압박지혈을 해서 만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한다. 압박지혈을 하지 않으면 보통 9~10시간 동안 출혈이 계속된다. 보통 1주일에 1회 시술을 하며 1주일 간격으로 재시술한다. 증상이나 질환에 따라서 다르지만 만성질환인 경우 최소 3회 시술 후 예후를 판단해 재시술 여부를 결정한다.

부작용으로는 상처를 통한 감염에 유의해야 하며 응고장애가 있는 경우, 혈전용해제를 복용 중인 경우, 켈로이드 체질의 경우는 시술에 주의한다. 또한 일부에서 간혹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물린 부위의 가벼운 통증이나 가려움증은 정상이다.

한낱 징그러운 미물로만 알았던 거머리가 훌륭한 자연의 의사가 됐다. 한때는 “거머리 한번 물려 볼까요?”라고 환자를 설득했지만, 이제는 환자가 “거머리 좀 물려 주세요”라고 애원한다. 자연의 의사 거머리는 피를 빨아 먹는 대신 건강을 선물한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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