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팬데믹을 겪은 이후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대부분 해외발 리스크였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하지만 최근 들어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우리가 방치해온 리스크, 다름 아닌 저출산·고령화다.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출산율 통계, 결혼하지 않고 결혼할 생각조차 없는 청년들, 늘어나는 간병 부담, 소멸해가는 지방 도시 등 초저출산에 따른 충격이 나라 전체를 흔들고 있다.한국은 어쩌다가 ‘지구상 소멸 1호 국가’가 됐나. 우리의 문제는 그 속도가 유독 빠르고, 정도도 심하다는 데 있다.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0%에서 20%로 높아지는 기간을 살펴보면 프랑스는 145년, 영국은 80년이 걸렸다. 한국은 불과 17년(2000~2017년)이다. 일본보다 약 8년 빠르다. 그만큼 급격한 인구 변동에 적응할 시간이 적다는 의미다. 게다가 우리는 합계출산율 1.3명 이하가 3년 이상 지속된 초저출산 국가다. 초저출산과 저출산을 구분하는 이유는 초저출산이 발생하면 출산율이 다시 올라가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1.0명에서 1.5명으로 높아질 경우 50%만 상승하면 되지만, 0.5명에서 1.0명으로 가려면 100% 높아져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는 15년간 인구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약 380조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지금도 현금 퍼붓기식 지원책이 계속 나온다. 물론 이런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각자도생’, 갈등·분열의 사회를 바꾸지 않고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상생·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보다 종합적이고 정교한 정책 패키지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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