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실장 이전 역대 14명의 정책실장 중 학자 출신은 여섯 명으로 이 중 경제학자는 이정우(노무현 정부) 백용호(이명박 정부) 김상조(문재인 정부) 전 실장 등 세 명이다. 이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은 분배를 중시하는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백 전 실장은 정책실장 취임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 등을 지냈다.
그러자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장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개별 품목의 가격 결정까지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신 통신업 등 인허가로 인해 독점력이 생기는 업종의 경쟁을 촉진해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방법을 제안했다.
정부가 새해 경기를 두고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회복)식’ 전망을 내놓은 것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난 5일 “정부의 상저하고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기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올해 성장률이 안 좋았기 때문에 기저효과에 의해 일부 개선될 수는 있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실제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9일 인터뷰에서는 “내년 경기는 더 암울하리라는 전망이 많다”며 “근본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 발굴과 규제 개편 등과 같은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시장이 새해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 것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성 실장은 지난 11월 “인하 시기를 논의하기에는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무게를 뒀다. 이어 “취약 차주 등에게는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해 금융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이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횡재세에 대해서는 “세금의 형태로 횡재세를 걷는 것은 세금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기업집단 규제 및 은산분리 등 경제력 집중과 관련한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닌 점도 눈에 띈다. 그는 2008년 논문에서 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 제한 제도에 대해 “건전한 주식회사 제도 발전과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개별 금융사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대중의 예금을 수취하는 은행에 산업자본 지분을 제한하는 은산분리는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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