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외국인 고용정책 이미 늦었다

입력 2024-01-02 18:07   수정 2024-01-03 00:40

아랍에미리트(UAE)의 면적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1000만 명에 불과하다. ‘에미라티(Emiratis)’로 불리는 순수 혈통의 비중은 11.5%. 나머지는 ‘인파방스(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 주축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다. 사막을 첨단도시로 탈바꿈시킨 두바이 신화는 이들의 땀으로 거둔 성과다. 지금도 이곳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현장 등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지탱하기 어렵다. 세계 꼴찌 수준으로 떨어진 합계출산율(0.78명)의 그늘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을 게재한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경기 가평의 목동초등학교 명지분교의 전교생은 2명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300명이 넘던 학교다. 2022년 말엔 강원 화천의 이기자부대가 병력자원 감소로 해체됐다.
동남아 인구도 감소세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의 여파가 가장 크게 미치는 분야는 노동시장이다. 당장 아이를 낳아도 20년은 기다려야 생산가능인구로 편입되는 까닭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약 0.59% 줄어든다. 그동안 일자리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외국인 근로자다.

정부의 대응은 낙제에 가깝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들어오기엔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 산업현장의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쿼터로 제한하는 데다 외국인에게 요구하는 학위 자격, 한국어 능력, 자격증 취득 여부 등 비자 발급 조건도 까다롭다. 힘들게 이런 요건을 갖춰도 비자 발급의 권한을 쥔 법무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제동을 걸기 일쑤다. 42만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 문제로 노이로제가 걸린 탓이다.

문지방을 낮추면 과연 외국인이 물밀듯이 밀려올까. 이런 기우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주요 공급원인 아시아의 합계출산율은 2.3명(2015~2020년 평균)에서 2021년엔 1.9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유지선(2.1명) 밑으로 내려왔다는 뜻이다. 베트남은 1.7명 수준이다. 지구상에서 인구 유지선을 넘는 지역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 외엔 없다.
분절적 이민정책 개선해야
이런 와중에 독일, 캐나다, 일본 등은 한국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내걸며 외국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확보를 위한 국가적 리쿠르팅(recruiting) 경쟁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한가롭게 외국인 근로자를 고를 처지가 아니란 얘기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등이 서로 다른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관할하는 분절적 이민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도 시급하다. 이민청이 외국인력 통합관리의 거버넌스로 거론되고 있지만 언제 가시화될지 요원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소멸의 시간을 유예해줄 뿐이다. 궁극적으론 출산을 늘려야 해결될 일이다. 에드워드 기번,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멸망의 주요 원인으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꼽았다. 노동력 부족으로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고, 병력 감소로 게르만 용병에게 의존하다가 몰락의 수순을 밟았다는 점에서다. 역사의 반복을 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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