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오양 감사 "사조그룹 3%룰 회피 계열사 매집, 선관주의 의무 위반"

입력 2024-01-03 16:22   수정 2024-01-04 16:01

이 기사는 01월 03일 16: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식품기업 사조그룹의 계열사 '품앗이' 지분 매입을 두고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조그룹의 상장사들이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되는 '3%룰'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주주명부 폐쇄 직전 계열사들을 동원하면서 의결권을 쪼개 확보한 것이다.

사조그룹 계열 사조오양에서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측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주주와의 이해상충도 문제지만 보유 주식에 평가손실까지 야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감사위원은 2022년 3월 사조오양 정기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와 소액주주의 규합으로 감사위원에 선임됐다. 사조오양 최대주주는 사조대림(60.53%)으로 당시 배당, 정관 변경 자사주 매입 등 주요 주주제안을 부결시키는 데엔 성공했지만 감사위원 선임만큼은 3%룰 탓에 막지 못했다. 이 감사위원은 교수직에 앞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회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2년 정기 주총에서 사조그룹 계열사 중 최초로 소액주주 측 감사위원이 선임됐다. 왜 사조오양이었나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 주식 1주당 가치를 보호한다는 개념의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소액주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를 평소 많이 해왔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차가 제안을 해와 수락하게 되었다.

사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아니다 보니 순환출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순환출자 고리를 강하게 만들어놨다. 사조오양의 경우에도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 3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데 할아버지 회사인 사조산업 주식도 3.8%를 들고 있다."

▶작년 말 주주명부 폐쇄 직전까지 각 계열사들이 품앗이 매집에 동원됐는데 이를 두고 3%룰 회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주명부 폐쇄 직전이었던 데다 각 계열사들이 보유 지분율을 3% 이상까지는 늘리지 않았다는 건 누가 봐도 3%룰 회피가 목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조오양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도 소액주주 측 감사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배당성향이 높거나 현금흐름이 뛰어난 회사도 아니고 사조오양의 경우 차입금 이자 부담도 상당한 상황이기에 3%룰 회피 말고는 다른 용도를 생각하기 어렵다."

▶사조그룹이 계열사들로 방어선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라 보는가

"감사위원이 회사 경영활동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더욱이 사조그룹은 아직 3세 경영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승계를 위해선 계열사 간 합병이나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주가 누르기 등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미리 대비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

▶계열사 품앗이 매집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주주에 대한 선관/충실 의무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동원했다는 게 문제다. 앞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사례에서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효성과 hy(한국야쿠르트)를 백기사로 포섭한 것을 두고 MBK파트너스가 '기존 최대주주의 우호 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기업이 주식을 매입하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사조그룹 사안도 비슷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변호사들도 이 문제를 현행법상 처벌할 근거는 다소 부족하다고 봤다. 상법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범주를 회사의 이익에만 두고 있는데 시가에 샀으니 회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이다. 일반주주를 희생시키는 논리가 결국 가능하다는 것인데 작년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상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지배주주의 이해상충을 견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의미가 있다."

▶이사회에 어떤 요구를 했나

"이사회에 꾸준히 사조산업 주식 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처분 이익으로 배당을 올려주던지 사조산업이 들고 있는 사조오양 주식과 맞교환해 자사주를 취득하고 소각해 주주환원하거나 다 싫다면 차라리 차입금이라도 갚으라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장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팔 수 없다는 점, 시가에 샀으니 회사에 손해가 없고,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는 현재 법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자문도 좀더 받아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기존 규정엔 사외이사가 독자적으로 회사 비용으로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있었다. 회사법상 미국에서 유래된 제도로 사조오양 규정에도 있었다. 문제는 이 제안을 하고 난 후 회사가 별도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회 규정을 바꿔버렸다. 지난 2월 '향후 사외이사 법률자문비용 처리 방안의 건'을 상정해 7명 중 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앞으로는 사외이사가 독자적으로 법률자문을 받는 대신 이사회 결의를 반드시 부치게 한 것이다. 지배주주의 이해상충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3% 사외이사의 전문가 자문을 사실상 금지한 의미가 있다.

이 주식 문제 뿐 아니라 이사 선임도 지배주주의 일방 통보로 이루어지고 있고 사내 이사들의 독립성이 취약한 점을 감안하여,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나 내부거래위원회, 성과보상위원회 등을 만들자고 안건을 올렸는데 전부 부결됐다. 힘을 실어준 소액주주들에게 면목이 없지만 남은 임기 동안 최대한 문제 제기를 해볼 계획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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