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리스 사기 야반도주 속출…피해자 '눈덩이'

입력 2024-01-04 18:37   수정 2024-01-11 17:24

자동차 리스 고객의 보증금을 떼먹고 잠적한 중고차 ‘오토리스’ 업체가 잇따르면서 가입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오토리스 회사 바로오토가 수천억원의 고객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데 이어 또 다른 오토리스 업체인 S사와 M사 역시 보증금 미반환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보증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대거 계약 해지에 나서는 ‘오토리스 뱅크런’ 우려까지 나온다.

▶본지 1월 2일자 A25면 참조
‘폰지사기형’ 오토리스 피해 속출
4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오토리스 업체 S사는 최근 고객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회사 대표 등이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S사의 피해자는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150명 정도로 늘었다. 아직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고객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수십억~수백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찾은 서울 양재동의 S사 사무실은 집기가 이미 다 사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지난 1~2일 사이에 도망가듯이 사무실 물건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S사 고객들 역시 오토리스 폰지사기 형태로 돈을 떼였다. 오토리스는 자동차를 고객이 매월 일정 금액만 내면 계약기간에 빌려 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차량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캐피털사로부터 대출받은 뒤 차값의 30~40%를 보증금으로 냈다. S사는 계약 종료 후 원금을 돌려준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다음 투자자의 돈으로 보증금을 돌려막는 폰지사기를 벌였다. 현재는 신규 고객이 들어오지 않아 기존 고객의 원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김모씨(40)는 지난해 4월 보증금 4438만원을 낸 뒤 시세 5050만원짜리 제네시스 G80을 빌렸다. 8개월간 차량을 이용하던 김씨는 지난해 12월 말 갑자기 S사와 연락이 끊겼다. 불안감을 느낀 그가 회사로 찾아갔지만 대표와 직원들은 사무실을 비운 뒤 돌연 잠적했다. 김씨는 지난 2일 S사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S사뿐만이 아니다. 충북 청주 M사 역시 최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10여 명이 나타났다. 이 회사로부터 카니발을 리스한 박모씨(38)는 “보증금 1500만원을 납부하고 업체에서 27만원을 지원받기로 했다”며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27만원 지원은커녕 1500만원도 떼였다”고 말했다.

값싼 리스료로 고급 차량을 이용한다는 장점에 오토리스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오토리스 시장 등 국내 리스업계 시장 규모는 2019년 10조3526억원에서 2022년 14조7548억원으로 42.5% 증가했다.
“허위 매물 팔던 중고딜러가 유혹”
하지만 ‘월 리스료 전부를 납부해준다’는 업체까지 생기는 등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S사에서 BMW를 리스한 임모씨(33)는 “S사는 차량 대금의 70%가량을 보증금으로 내면 리스료를 전액 지원하고 보증금도 감액 없이 돌려주겠다고 약속해 계약했다”며 “지나치게 좋은 조건은 의심했어야 하는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L 중고차 판매업체의 팀장 송모씨는 “허위 매물을 팔던 중고차 딜러들이 5~6년 전부터 오토리스 사업을 시작했다”며 “대다수가 폰지사기인 것을 알았지만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리스업계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계약 해지에 나설 경우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어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정상적인 형태의 사업을 그대로 놔둔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줄도산이 시작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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