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회사가 무슨 차를 만든다고"…조롱 당하던 中 '반전'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4-01-06 07:00   수정 2024-01-06 08:20



“포르쉐, 맥라렌, 테슬라 디자인 섞어놨네. 배터리는 중국산 폭탄” “목숨 걸고 타야죠. 청소기나 파는 회사가 무슨 차를 만든다고”

중국 IT 제조업체 샤오미의 전기차 ‘SU7’ 공개 뉴스에 달린 국내 포털 댓글입니다. 지난달 28일 샤오미 창업자이자 CEO인 레이쥔은 베이징에서 자사의 첫 전기차를 선보였습니다. 2021년 전기차 진출 계획 발표 이후 3년여 만입니다. 이날 레이는 “샤오미의 목표는 포르쉐나 테슬라만큼 좋은 드림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샤오미에 따르면 5인승 세단 SU7은 제로백이 2.78초(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테슬라의 고성능 트림인 모델S 플래드(2.1초)와 견줄 만하고 포르쉐 타이칸 터보(3.3초)보다 빠릅니다. 중국 CATL 혹은 BYD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에 800km를 달립니다. 가격은 20만~30만위안(약 3600만~5500만원)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소개한 댓글처럼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소형 가전이나 팔던’ 중국의 신생 자동차 기업을 대서특필했습니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BYD, 리오토, 니오, 샤오펑 등을 이을 또 하나의 주자가 탄생했다는 겁니다.


테슬라 판매 넘어선 BYD
최근 중국 전기차 중 단연 돋보이는 건 BYD입니다. 지난 1일 BYD는 작년 12월 전기차(BEV) 19만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을 포함하면 총 34만대를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4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52만6000대로 테슬라의 48만5000대를 넘었습니다. 분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가 처음으로 뒤바뀐 겁니다.



작년 한 해 BYD는 전기차 160만대, 하이브리드를 포함하면 총 300만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테슬라는 181만대를 팔아 연간 기준으론 글로벌 전기차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BYD의 가파른 판매 성장세를 보면 이마저도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런스에 따르면 BYD의 평균 차량 판매 가격은 3만달러 미만(약 3900만원)입니다. 반면 테슬라는 평균 4만달러(약 5200만원)가 넘는 고가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BYD가 판매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중국 시장에선 말입니다. 이는 테슬라가 작년 내내 가격 인하책을 편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 전기차 3사 ‘무서운 질주’
BYD만 잘 나간 게 아닙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삼총사인 리오토, 니오, 샤오펑도 괄목할만한 판매 실적을 올렸습니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360억달러(약 47조원)로 삼총사 중 맏형인 리오토는 작년 12월 월간 기준 첫 5만대 판매를 넘었습니다. 작년 한 해 37만6000대를 팔아 전년 대비 180% 증가했습니다.

고급 전기차를 표방하는 니오는 12월 1만8000대, 작년 한 해 16만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전년 대비 31% 증가한 수치입니다. 샤오펑은 12월 2만대를 넘었고 지난해엔 전년 대비 17% 늘어난 14만1800대를 판매했습니다.



제프 정 씨티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시장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괜찮았다”고 평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판매 1위의 변화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BYD는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 차량을 팔았습니다. 아직 미국 시장엔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12월 판매 중 수출 비중은 약 10%입니다. 하지만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 한국, 독일을 제쳤습니다. 지난해엔 일본을 넘어 세계 최대 승용차 수출국이 될 전망입니다.


아직도 중국산 깔보는 한국
중국 전기차의 질주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자동차 육성 정책 하에 자국의 막대한 보조금과 세계 최대 시장을 등에 업고 성장 가도를 달렸습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작년 1월~11월까지 전기차 830만대가 중국에서 팔렸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작년 국내에서 총 132만대를 판 것을 비교하면 큰 시장입니다.

BYD를 포함해 수십 개의 전기차 및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이 시장에서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테슬라 글로벌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것도 중국 상하이 공장(작년 71만대)입니다. 중국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테슬라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차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입니다. 작년 가을 국내 상륙한 ‘중국산 테슬라’ 모델Y RWD는 보조금 등을 적용 400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 차는 작년 1~11월까지 1만대가 넘게 팔리며 부진했던 테슬라코리아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자’가 됐습니다. 차 만듦새나 마감 품질이 미국산보다 낫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국내 일각에선 중국산 차량과 배터리를 얕잡아보는 시선이 여전합니다. 최근 ‘배터리 아저씨’를 자처하는 박순혁 작가는 저서 ‘K배터리 레볼루션’을 통해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기술력 없는 허풍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매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하이니켈 기반의 K배터리는 ‘기술적 초격차’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물론 논란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기업엔 다행인 일이겠지요. 문제는 시장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내에서 ‘배터리 예송논쟁’이 벌어진 사이, SNE리서치는 지난달 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작년 1~10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는 CATL, 2위가 BYD였습니다. 양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50%가 넘습니다. 3위 LG에너지솔루션 14%, 5위 SK온이 5% 점유에 그쳤습니다. 중국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만큼, 중국 배터리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겠지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둔화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투자를 미루고 있습니다. 테슬라 역시 멕시코 신공장 착공을 연기한 상황입니다. K배터리가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팔리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겠지요. 중국의 ‘전차굴기’에 대응할 한국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새해입니다.

→2편 ‘차세대 소형 테슬라 언제쯤’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