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빌라' 집주인의 눈물…졸지에 빚더미 앉았다

입력 2024-01-05 18:08   수정 2024-01-15 16:35

서울의 소규모 주택임대사업자 사이에서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이들이 추로 취급하는 다세대주택, 빌라 전셋값이 대폭 떨어졌고 아파트와는 달리 매각도 쉽지 않아 돈을 구할 길이 막혀서다. 이들의 줄파산이 현실화한다면 비(非)아파트 전세를 이용하는 청년·서민 세입자 피해가 폭증할 전망이다.
‘빌라’ 보증금 반환 분쟁 급증
5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주택 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802건으로 2021년(683건)과 2022년(619건)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시·도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조정신청 상당수는 ‘빌라 보증금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은 20%가량만 이뤄지고, 나머지는 보증금 반환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소규모 주택 임대를 하던 개인사업자들이 절벽으로 내몰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2017~2018년 주택 공급 활성화를 목적으로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해주고,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주는 조치를 했다. 그 결과 2018년에만 14만 명의 등록 임대사업자가 새로 생겨났다. 이 중엔 적은 자본을 들여 사업에 뛰어든 일반인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금융사들이 전세보증금 대출 금리를 낮추자 비아파트 시장에도 임차인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 금리가 대폭 뛰자 빌라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사달이 났다. 서울 등촌동 소형 빌라 10가구를 소유한 장모씨는 “가구당 3억1400만원이던 전셋값이 2억2000만원대로 주저앉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밤낮으로 임차인 항의에 시달려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벼랑 끝 임대인 두 번 죽이는 HUG
장씨는 보증금 편취를 목적으로 세입자를 끌어들인 전세 사기범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시장에 진입한 ‘빌라 임대인’들은 실상 평범한 50·60대 은퇴자인 경우가 많다. 26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은퇴자금으로 빌라 임대사업에 뛰어든 지모씨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대출을 받아 2019년 서울 성북구에 20가구 빌라를 준공했다. 최근 전셋값이 9000만원씩 떨어지며 계약이 끝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연 6% 금리로 3억5000만원을 빌려야 했다. 새 임차인을 못 구하고 있는 지씨는 “돈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모르는 게 더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아파트는 매매가가 떨어져도 전셋값이 올라가지만 빌라 시장은 새 임차인을 구하기도, 팔기도 어려운 ‘거래절벽’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비아파트 주택 전세 거래량은 작년 27만7017건으로 전년 대비 12.4% 줄었다. 지난해 1~9월 서울 빌라 매매는 1만5251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작년 5월 깡통전세, 전세사기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126%룰’이 빌라 전세가를 더 낮추고, 임대인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50~60% 수준에 불과해 빌라 전세 보증금을 더 낮춰야 임차인이 구해진다는 것이다.

임대인 사이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금 전세보증보험을 활용해 대위변제를 한 경우 HUG가 받아가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다는 불만도 나온다. 장씨는 “대위변제한 뒤 지연배상금 이자가 연 9%에 달한다”며 “신용점수도 크게 낮아져 사업을 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유 있는 사업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때까지 빌라시장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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