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공부 당장 시작하세요"…87학번이 02학번에게 [더 머니이스트-하준삼의 마켓톡]

입력 2024-01-26 06:49   수정 2024-01-26 11:23


한 해의 기분 좋은 시작인 1월이 끝자락을 향해 달려갑니다. 매번 그렇지만 지난 한 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1년, 희망찬 기대를 걸어 봅니다.

필자가 지난 연말 시작한 겨울 계절학기 수업은 일반 학기와는 달리 매일 3시간씩 15일 동안 이어집니다. 매일 학생들에게 새로운 수업을 해야 해서 준비가 부담이 되지만, 매일 학생들을 만나기 때문에 친밀감도 생기고 이런저런 인생의 조언을 해줄 기회가 많아져 보람도 큽니다.

학생들에게 고민이 무엇이지 물어보면 대부분 '어떻게 하면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가'가 1순위입니다. 취업이 임박한 3, 4학년의 경우에도 무엇 하나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가고 싶은 곳은 있지만 반기는 회사를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막막하다고 합니다.

87학번인 필자가 대학생 시절에도 '막막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불안으로 대학생활은 똑같이 어수선하고, 미래는 불투명했었습니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했고 또 결정해야 했습니다.

프랑스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는 '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때까지 선택을 해야 하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선택부터, 자동차 브랜드를 결정하고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결정까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최선의 결정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가능한 많이 수집하고 그 정보가 맞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매번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도, 그것이 확실한지 매번 평가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최적의 결정을 했다고 해도 현재 상황으로 미래를 결정한 것이니 언제든 예상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완전하더라도 결정하고 시작을 해야 결과가 따라옵니다.

미국 사회·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H. Simon)은 바늘이론에서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고르듯 결정하는 방식을 주장했습니다. 건초더미 속에서 여러 개의 바늘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바늘을 찾아 사용하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을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서 사용을 결정하면 녹슨 바늘로 나쁜 결과를 얻을 수 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고의 것이 아니더라도 중간 이상되는 품질의 바늘이라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교훈이 따라오니 다음에는 더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정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새해에 시작하면 좋은 것들을 추천합니다. 첫 번째, 운동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에 1년 헬스장을 등록했습니다. 20년 넘게 매년 하는 루틴입니다. 1년 정기권을 구입하면 월 비용도 낮아지고 한달 추가도 덤으로 받았습니다.



신체의 연식도 늘어나고 스트레스 등으로 여러 고장신호가 옵니다.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몸의 퇴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매번 헬스장에 가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꼭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니라도 등산, 조깅, 각종 스포츠 활동은 정신과 신체에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 경제공부입니다. 힘들게 모은 자산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그들이 내 자산처럼 알뜰살뜰하게 잘 운용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십명에서 수백명까지 관리해햐 하는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이는 불가능한 일 입니다.

따라서 금융상품과 경제의 기본 상식을 파악하고 주기적으로 금융기관을 방문하고 경제 상황에 따른 리밸런싱(비중 조정)을 해야 합니다. 평소에 경제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모르는 경제용어나 상품들이 나오면 찾아보고 참고할 만한 것은 스크랩하고 컴퓨터에 저장하는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봅니다.

필자도 새해부터 경제신문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경제뉴스는 개별 정보취득하는 것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종이 신문의 묘미가 있습니다. 먼저 책상에 넓게 펼쳐놓고 1면부터 눈에 들어오는 큰 제목과 굵는 글씨의 작은 부제를 살펴봅니다. 그다음 자세하게 볼 내용을 정해서 정독을 합니다. 광고지면도 살펴서 요즘의 관심상품과 이슈는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잊고 있었던 아침의 좋은 루틴을 시작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세 번째, 오프라인 활동입니다. 요즘의 현대인들은 매일 사소한 선택부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정보를 빅데이터에 기반한 각종 알고리즘에 의존합니다. 식당 메뉴, 여행지 숙소, 영화 선택도 네이버, 구글에 물어봅니다. 유튜브에 단어 몇개를 넣으면 금새 답을 줍니다. 다음 번 검색에는 나의 '취향저격' 콘텐츠가 추천됩니다.

그런데 첫 출발부터가 나의 결정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결정한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이러한 과정이 누적돼 결국 다른 사람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결정하게 됩니다. 때때로 그 결정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결정이 나의 상황과 생각, 그리고 미래를 감안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을 벗어나 사람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나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커뮤니티 활동을 해 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각종 사안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입니다. 매번 똑같은 검색 툴을 이용하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매번 비슷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결과를 얻으려면 추가로 다른 경로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시작이 쉽지 않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연말에 뒤를 돌아봤을 때 '그래, 올해 역시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이런 성과는 있었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새해 새로운 결심과 실행을 하려는 독자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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