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가 살려줄 것이니 걱정마라"…KKR 찾아간 태영그룹

입력 2024-01-07 16:03   수정 2024-01-07 17:45

이 기사는 01월 07일 16: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태영건설 대주주의 자구안 마련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태영그룹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비밀리에 만나 회생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기로에서 KKR 결정에 따라 그룹의 생존 여부가 갈린다는 판단에서다.

KKR은 수년 동안 태영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태영건설뿐 아니라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부실을 한번에 해결하려면 알짜 계열사 에코비트를 매각하는 수밖에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KKR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KKR은 티와이홀딩스와 똑같이 에코비트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자칫 KKR이 티와이홀딩스와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그룹 유동성 위기를 빌미로 에코비트 지분 몰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영건설 채권단과 정부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태영그룹이 KKR의 전폭적인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세계 3대 PEF의 하나인 KKR는 펀드 출자자(LP)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수밖에 없어 수많은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 금융당국도 KKR 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태영그룹, KKR 설득에 올인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과 KKR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오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날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는 대신 티와이홀딩스가 발행한 영구채를 인수하기로 하는 이사회 이후 미팅을 가졌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대주주 자구책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KKR을 만나 그룹 유동성 상황을 전한 것이다. 태영그룹은 한해 전 티와이홀딩스에 4000억원을 빌려준 KKR에 지주회사는 재무적으로 문제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 측 고위 관계자는 특히 KKR 관계자에 "정부가 우리를 도와주고 살려줄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영그룹이 위기 상황에서 KKR에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건 에코비트 때문이다. 몸값 2조~3조원으로 예상되는 에코비트를 팔아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KKR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지분 50%를 보유한 파트너사 KKR로부터 작년 1월 4000억원을 차입할 때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내줬다. 티와이홀딩스는 에코비트를 팔아야 KKR 빚도 청산하고 태영건설를 지원할 수 있다.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KKR은 티와이홀딩스에 심각한 재무적 이슈가 발생하면 티와이홀딩스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미 티와이홀딩스에 이미 기한이익상실(EOD)에 버금가는 재무적 이슈가 발생해 KKR이 몰취를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KKR이 에코비트 매각 동의를 받아내더라도 둘 사이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매각대금의 절반을 가져갈 수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KKR 조셉 배로 쏠린 시선
에코비트 관련해선 KKR 미국 본사가 의사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호 KKR 한국사무소 총괄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 본사에 출장을 가서 태영그룹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KKR 한국사무소에선 김양한 대표와 양성수 전무가 에코비트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출신인 임형석 부사장도 KKR과 태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급할 게 없다. 담보가 확실한만큼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태영건설 처리 문제가 끝날 때까지 사태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정부가 태영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이 아니라 법정관리를 선언한다면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이 상장기업인 데다 수많은 채권단과 엮여 있기 때문이다. 자칫 주주간 계약에 따라 권리만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KKR 미국 본사의 최고경영인(CEO) 조셉 배(한국명 배용범)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KKR이 최근 아시아 지역 투자 성과가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KKR은 2016년 닛산으로부터 자동차 부품사인 칼소닉칸세이를 인수한 뒤 2019년 칼소닉칸세이를 통해 약 7조5000억원을 들여 이탈이아 자동차 부품사 마그네티마렐리를 인수했다. 칼소닉칸세이와 마그네티마렐리의 통합 법인인 마렐리는 2019년 매출 18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글로벌 차량 반도체 부족현상 등 공급망 이슈가 겹치며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2022년 회생중재제도(ADR)를 신청했고 일본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 투자 실패로 인해 KKR은 한동안 아시아 지역 바이아웃 투자 금지령까지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무적 판단을 하더라도 KKR 역시 출자자(LP)들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눈앞에 이익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며 "아시아 지역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아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그룹은 그간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KKR이 에코비트 지분을 모두 빼앗아 가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KR은 태영그룹이 재무적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해 초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4000억원을 빌려준 데 이어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100%와 평택싸이로 지분 37.5%를 인수해 유동성 확보를 도왔다. 윤 회장의 인척이 KKR 미국 본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등 양측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태영 측에 이번 주말까지 기존에 약속한 자구책을 이행하고, 오너 일가 사재 출연 등 추가적인 자구책을 가져오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태영이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지분 담보권을 내놓는 수준의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KR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태영그룹은 아직까지 채권단에 별다른 입장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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