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그들이 기꺼이 줄을 서는 이유

입력 2024-01-07 17:28   수정 2024-01-08 00:12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약속 장소로 인기 있는 지역의 맛집 앞에선 어김없이 긴 줄과 마주하게 된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 ‘꼰대’까진 아니어도 ‘아저씨’다. 10분 이상 기다릴 바엔 곧장 발길을 돌려 버리고 마는 필자도 그중 하나다.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메뉴 바꾸는 게 뭐 대수라고.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지역은 물론이고 요즘엔 대형 백화점에서도 예약하고 1~2시간 지나서 특정 매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당한다. 이런 식음료(F&B) 매장이 많을수록, 또 인스타그램에 올릴 피사체가 다양할수록 젊은 소비자가 몰려든다. 백화점 전체 실적에도 당연히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베이글·도넛 때문에 머문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작년 8월 문을 연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베이글을 판매하는 이곳은 요즘에도 주말에 2시간은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 내외부 인테리어나 매장명만 보면 외국 브랜드로 착각할 수 있지만, 토종이다. 서울 종로구 계동과 강남구 신사동에 먼저 점포를 냈는데, 맛도 맛이지만 아침마다 베이글을 사 가려는 긴 줄로 더 유명해졌다. 하루평균 3000명 이상을 끌어모으는 국내 최대 도넛 매장인 ‘노티드월드’도 롯데월드몰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e커머스의 대공세로 백화점 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강자들은 한때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변화에 둔감했던 과거의 유통 공룡들을 극한으로 몰아갔다. 방문객이 끊기자 적자는 점점 커졌다. 천재지변에 비견되는 대위기라고 했다. 성장은커녕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시간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했다.
'고객 시간 사기' 경쟁에서 이겨야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2021년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오프라인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이제 와서는 유통업계가 “현대백화점의 역사는 더현대서울 전과 후로 나뉜다”고 평가하지만, 사업 추진 단계에선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여의도는 전형적인 비즈니스 상권이라 주말 장사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백화점 입지로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20분 거리의 기존 점포들과의 경쟁도 예상됐다.

“내가 모르는 브랜드를 발굴해 오라”는 김형종 당시 현대백화점 사장의 특명에서 일대 혁신이 시작됐다. 줄 서는 맛집이 즐비하고, 수준 높은 예술 작품 전시가 이어지는 새로운 백화점이 탄생했다. 여의도에 들어선 백화점이 단기간에 ‘MZ의 성지’로 불리게 될 줄이야. e커머스 혁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마트, 롯데마트도 최근 대변신에 나서고 있다. 체험형 매장을 늘린 복합몰, 식료품으로 90%를 채우는 특화형 점포가 큰 방향이다.

지난 2년은 오프라인 대형 점포가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올해부터는 혁신을 더 가속해 오프라인의 힘과 경쟁력, 그리고 성장 가능성을 실적으로 증명해내야 한다. 그 주도권은 고객의 소중한 시간을 사는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쥐게 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기꺼이 줄 설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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