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경제통이 뛴다①] 안도걸 전 차관 "유능한 '정책 가공업자' 되겠다"

입력 2024-01-09 17:06   수정 2024-01-09 19:03


"다양한 정책을 직접 다뤄본 베테랑 경제관료 출신이 국회에 진출하면 보다 생산적인 '서비스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4월 총선에 출사표(광주 동구남구을)를 던진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사진)은 정부 예산안 편성을 가장 많이 해본 '예산통' 경제관료 중 한 명이다. 지난 2020년 16년 만에 호남 출신 기재부 예산실장에 올라 코로나 시국에 2차관까지 지내며 3번의 본예산, 7번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경제관료로서는 전무후무한 경험이다.

안 전 차관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다양한 이해집단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대통령실을 넘나들며 의견 조율을 해야 한다"며 "고위 경제관료로 예산을 10번 편성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견을 중간자 입장에서 조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며 "정치야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 경제 전문가가 필요한 건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경제 입법과 예산 관련 의사결정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전 차관은 "전문 역량이 뒷받침돼야 의사결정 과정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경제 관련 입법은 국가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현장 진단과 의사결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진출하지만, 경제관료 출신의 강점은 교수·기업인 등 각계 전문가가 제시한 현장감 있는 아이디어를 실제 정책으로 꿰어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나 같은 예산 정책 전문가는 단순히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 집행이 이뤄지도록 재원 조달과 행정 전달 체계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에서 경제 정책 고안부터 입법, 예산까지 책임지는 '유능한 정책 가공업자'가 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안 전 차관은 특히 민주당에 경제 정책통이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지만, 경제 정책통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칠 수 있는 정책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안 전 차관은 정치에 입문한 경제학자 등 경제통들이 스스로 정치권을 떠나는 현실에 대해 "자신이 지켜온 소신과 정치 현실이 다르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문제의식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복잡한 정책 환경에 대한 이해와 수요자 맞춤형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신은 기본이고, 문제 해결 능력까지 갖춘 경제 정책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국회에 입성한다면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이른바 '국가 대(大)개조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안 전 차관은 "수도권 젊은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을 안 하고 출산도 피하는데, 반대로 지방은 일할 사람이 없다"며 "수도권은 비만인데, 지방은 빈혈 상태"라고 비유했다.

안 전 차관은 "대한민국 지속성장과 저출산 문제 해결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key)를 국가균형발전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그는 "해외나 수도권 지역에서 역량을 쌓은 고급 인력이 지방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로 가면 무상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소득세도 10년은 완전 면제하는 파격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며 "지방 인재를 국가유공자급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의 과학기술 인재에게 '패스트트랙 비자'를 부여해 지방 소재 대학이나 연구소에 우선 배치하고 5년 이상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의 '축소지향적' 재정 운용도 비판했다. 안 전 차관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그래야 세수가 늘고, 건전성도 확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이를 통해 '자연 세수(稅收)'를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방법이 건전 재정을 이루는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했다.

안 전 차관은 "지금 정부는 세입과 세출의 '축소 균형'을 지향한다"며 "지금 같은 경기 불황기에 나라가 재정건전성만 앞세우는 건 결국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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