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예금, 감소세 전환…"환율 저점 찍었다"

입력 2024-01-09 17:38   수정 2024-01-17 16:10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이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11월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진 원·엔 환율이 12월 급등해 910원대까지 오르면서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공격적인 엔화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조1331억엔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작년 11월 말(1조1971억엔)과 비교해 한 달 새 5.3%(640억엔) 감소한 수치다. 엔화 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줄어든 것은 작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빠른 속도로 늘었다.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작년 4월 5979억엔에 그쳤지만 7개월 연속 증가하며 11월 말엔 두 배가 넘는 1조1971억엔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11월엔 엔화 예금 잔액이 전달보다 14.1%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원·엔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엔화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지난해 11월 16일 100엔당 856원80전으로, 2008년 1월 10일(855원47전) 후 15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엔화 예금 증가세가 꺾인 것은 원·엔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저점 매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12월 15일 100엔당 913원30전으로 한 달 만에 6.6% 올랐다. 지난달 22일엔 915원83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일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진 가운데 일본은행이 10여 년간 유지해 온 ‘제로(0)금리’ 탈출 의지를 내비친 점도 원·엔 환율을 끌어올렸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7일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이 나온 날 원·엔 환율은 7원 상승한 100엔당 905원38전을 기록했고, 이날엔 914원16전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910원대까지 오른 현시점에서 추가 엔화 매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올해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수정하더라도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올해 평균적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920원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오르더라도 100엔당 950원 안팎이고, 연내에 10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현시점에 엔테크에 나선다면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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