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심화수학 논란이 우리 교육에 던진 질문

입력 2024-01-11 17:46   수정 2024-01-12 00:13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심화수학(미적분Ⅱ, 기하)이 빠진 것을 놓고 반발이 거세다. 심화수학은 과학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필수적인 과목인데 수능 별도 과목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과학 기술을 경시하는 것이냐는 불만부터 학생들의 사고력 발달에도 부정적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심화수학 논란에는 한 가지 오해가 있다. 수능 별도 과목에서 제외됐지만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심화수학으로 불리는 미적분Ⅱ, 기하 등은 지금처럼 포함된다. 수업은 하지만 별도 시험과목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자율형사립고의 3학년 학급 가운데 70%가량이 자연 계열 진학을 준비하는 ‘이과’라고 하니 미적분Ⅱ와 기하를 배우는 학생은 여전히 많은 셈이다. 과학계와 수학계는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배제되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대의 인재풀이 협소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인공지능(AI), 양자 분야 등은 심화수학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공부할 수 없는 학문이라고도 한다. 수능에 별도 과목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중요성이 떨어지고, 우선순위에서 밀려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심화수학을 선택과목으로 유지하면 해법이 될까. 한과목 한과목의 중요성을 따지면 뺄 수 있는 과목이 없다. 저마다 중요한 과목을 수능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수많은 선택과목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미적분과 확률·통계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 달라졌다. 합격할 수 있는 대학도 갈렸다. 선택과목 간 유불리로 인해 단 한 명이었던 지난해 수능 만점자는 전체 1위가 될 수 없었다. 비슷한 노력에도 선택과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수능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수험생이 적지 않은 이유다.

심화수학 논란의 본질은 수능이 인재 선발 방식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정원의 40%를 수능으로 뽑아야 한다.

심화수학을 별도 시험과목으로 정할지 여부를 두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기보다 이번 기회에 대학의 인재 선발 방식 다양화를 고민해봐야 한다. 미적분Ⅱ 등 수학에 재능이 있는 인재를 수능이 아니더라도 뽑을 수 있도록 대학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도 방법이다. 전국 40만 명의 수험생이 주어진 시간 동안 정해진 문제를 풀고 받은 점수 대신 고등학교 3년간 다양한 개념을 배우고, 평가받은 결과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각 대학이 필요로 하는 학생을 뽑아 다양성을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자율권을 확대해주는 게 심화수학 논란의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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