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한 잔 하실래요? 커피 말고 와인이요

입력 2024-01-11 18:04   수정 2024-01-12 00:39


오스트리아 빈은 현지어(독일어)로 ‘Wien’이라고 쓴다. 언뜻 보면 와인(Wine)으로 착각할 정도로 철자가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빈은 ‘와인의 도시’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빈 와인이지만, 현지 여행을 떠나면 알 수 있다. 어디서든 맛있는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 좋은 와인을 왜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들까. 빈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너무 맛있어서 이 도시 사람들이 다 먹어치우기 때문이죠!”
와인 하이킹을 아시나요

진정한 등산의 묘미란, 정상에서 외치는 ‘야호!’가 아니라 산 아래에서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축하한다. 당신에게 꼭 맞는 도시가 빈이다. 정확히 말하면 가을의 빈이다. 9월 마지막 주 일요일, 빈 칼렌베르크산 초입의 풍경을 바라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산책길은 선선한 가을을 만끽하려는 ‘비에니즈(Viennese·빈 사람)’로 가득했다. 이색적인 풍경이라면 저마다 손에 와인잔을 들고 있다는 것. 이들은 평범한 등산객이 아니라 와인 하이킹을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와인 하이킹은 매년 가을 포도 수확을 축하하며 개최하는 축제다. 야트막한 산과 언덕의 포도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햇와인을 맛본다. 코스의 총거리는 11㎞. 꽤 긴 거리 같지만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넣어둬도 좋다.

이 길엔 20여 개 와이너리가 마련한 간이 술집이 자리잡고 있다. 한두 잔씩 새로운 와인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은근히 취기가 올라오면 다시 길을 나서면 된다. 그러다 또 걷는 게 지루해질 만하면 새로운 와인 부스가 등장한다.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만났을 땐? 아예 자리를 펴고 앉아 본격적으로 와인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그 누구도 완주에 대한 부담 없이 걷고 마시는 ‘슬로 하이킹’이 가능하다.

술을 주제로 한 행사이니 주정뱅이들로 가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오산이다. 자녀와 함께 소풍을 나온 가족이 적지 않다. 어른들은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을 배경으로 와인잔을 기울이고, 어린이들은 과일주스를 마시며 기분을 낸다. 부스에서는 사워크라프트, 치즈와 크래커 등 간단한 안주는 물론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즉석에서 소시지를 구워 판매한다. 쾌청한 가을바람과 아름다운 풍경, 신선한 와인, 맛있는 음식까지 어우러졌으니 어찌 흥이 나지 않을 수가.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거나 왈츠를 추는 이들의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로컬들의 축제, 와인 하이킹에 참여하고 나면 빈을, 또 빈 와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와인의 도시, 빈

한국엔 ‘오스트리아 와인’으로 묶여 몇 종류만 겨우 소개되고 있지만 빈은 엄연한 와인의 도시다. 수도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유럽에서 유일한 도시이자, 도심에서 20분만 떠나면 포도밭과 양조장이 즐비하다. 와인 생산자만 500여 명. 그만큼 신선한 와인을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

빈에선 주로 화이트와인을 생산한다. 그뤼너 벨트리너, 리슬링, 피노 그리, 샤르도네 품종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서 빈 와인의 진수는 ‘게미슈터 자츠(Gemischter Satz)’다. 최소한 세 개 이상의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 제조하는 화이트 와인으로, 주로 그뤼너 벨트리너를 중심으로 토착 품종을 섞는다. 이렇게 만든 와인에서는 풋풋한 풀 향기가 가득하다. 레몬과 청사과의 푸릇한 아로마가 젊은 와인이라는 느낌을 준다. 짜릿한 산미는 지루한 오후를 기분 좋게 깨우는 듯하다. 미네랄감이 풍부해 싱싱한 느낌을 주고, 복숭아와 멜론의 달콤한 향기도 담고 있다. 그 덕분에 오스트리아 스타일 갈비찜이라고 할 수 있는 굴라시, 부드러운 소고기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겉바속촉’으로 튀겨낸 슈니첼과도 좋은 궁합을 이룬다.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다. 한 병에 10~20유로 정도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햇와인으로 빚은 ‘슈트룸’
9월부터 11월까지 수확철에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술이 있다. 바로 슈트룸(Strum)이다. 갓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신선한 술이다. 마치 우리네 담금주처럼, 슈트룸도 와이너리마다의 손맛이 담겨 제각기 다른 맛을 띤다. 신선한 레모네이드나 달콤한 포도주스 같기도 하고, 와이너리에 따라 걸쭉한 막걸리처럼 개성 있는 스타일을 자랑한다. 주스처럼 술술 넘어가지만 알코올 함유량이 적지 않으니 혹시라도 가을 빈에서 슈트룸을 만난다면 과음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빈=김은아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 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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