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번의 도전'…세경하이테크 "필름 절대강자 될 것" [민지혜의 알토란 中企]

입력 2024-01-15 14:00   수정 2024-01-15 17:04


"3년 안에 5000억 매출을 달성하고 필름업계 절대강자가 될 겁니다."

이기승 세경하이테크 대표는 "제품의 다변화, 고객의 다변화로 '광학필름하면 세경하이테크'로 통하게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사는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용 초박형강화유리(UTG)를 보호하는 광학필름을 만든다. 2019년 출시된 갤럭시폴드 1세대 모델부터 지금까지 세경하이테크가 삼성전자에 필름을 단독 공급하고 있다.

처음부터 성공했던 건 아니다. 폴더블폰에는 아주 얇고 튼튼하면서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호해주는 필름이 들어간다. 여러 번 접어도 변형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수만 번 접다보면 깨지고 늘어나고 제 기능을 못 했다. 안정성이 확보돼야 했다. 일반 스마트폰에는 0.6㎜ 두께의 글라스가 들어가는 반면 폴딩폰에는 0.03㎜ 두께의 UTG가 들어간다. 얇기 때문에 깨질 경우를 대비한 비산방지 기능을 더해야 했다. 그 때문에 수천~수만번의 시험을 거쳐 샘플이 완성됐다. 제작한 샘플 수만 5만개.

안정성을 확보한 뒤엔 내구성을 보완해주면서 베젤(테두리) 띠에 색깔을 입히는 인쇄 기술도 필요했다. 내부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행인 건 2016년부터 개발한 'MDD(마이크로 드라이 데코레이션)' 특허 공법이 있었다. 기존의 실크스크린 방식이 아닌 열 전사 방식으로 빠르고 얇게 인쇄하는 기술로, 폴더블폰용 필름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시현할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 기계회사랑 설비도 공동개발했다. 설비 투자액만 36억원에 달한다.


경기도 수원 고색동 본사에서 만난 이기승 세경하이테크 대표는 "MDD 공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폴더블폰용 광학필름 샘플을 제조한 곳은 여럿 있지만 실제 제품으로 양산해서 완제품 회사에 공급하는 곳은 세경하이테크가 유일하다"며 "그럼에도 언제든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을 갖고 추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더 커질 폴더블폰 시장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규모는 올해 2300만대에서 내년엔 3300만대, 2027년엔 73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광학필름의 매출 비중이 42.6%로 가장 높지만 세경하이테크는 스마트폰 전후면의 데코레이션 필름, 유리를 모사한 플라스틱(글라스틱·PCPMMA) 등을 제조하는 데코필름 부문(27.54%), 스마트폰 내부에 부착하는 프로텍트&사출필름 부문(27.05%), 휴대폰 케이스 등 직접 완제품을 공급하는 상품 부문(2.81%) 등 사업군이 다양하다. 이 대표는 "포트폴리오 다양화 및 판매처 다변화를 통해 회사의 성장 잠재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함께 증가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며 "2022년엔 50%가 넘었던 정보기술(IT)용 광학필름 비중을 40% 초반대로 낮춘 것은 그만큼 다른 부문 매출이 올라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IT는 산업 사이클이 빠르고 외부 리스크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필름과 글라스틱이 필요한 다른 산업군을 찾아보니 가전제품, 이차전지, 전자담배 등 다양했다"며 "올해부터 코웨이 정수기 전면부 조작패널도 세경하이테크에서 공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2공장을 완공한 것도 제품의 다변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많이 오른 것도 베트남 공장 생산량이 전년보다 265% 늘어난 덕분"이라며 "수율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256억원, 영업이익 2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5.3%, 285.5%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2023년 연매출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출과 이익이 늘면서 가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도 많아졌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1094억원. 공격적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쌓아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세경하이테크가 지난해 1월 이차전지 소화소재 개발사인 세스맷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경하이테크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이상파트너스·자비스자산운용이 컨소시엄을 꾸려 세운 에스지에이치홀딩스 유한회사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출신의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이 대표는 "전기차용 배터리 안에 소화장치를 어떤 형태로 넣을 것인지는 안전성 면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세스맷의 기술과 우리의 필름 가공 기술을 합쳐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에 이어 이차전지로 제품군을 늘리겠다는 포부다.

고객군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에 판매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오포, 원플러스 등 중국 업체들에도 조금씩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이 대표는 "글라스틱 기술로 개발한 자체 휴대폰 케이스 브랜드 '스칼라'로 브랜드 사업도 확장하는 한편 최대시장인 중국도 적극 개척할 계획"이라며 "기술력 기반의 스피드 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 목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필름' 하면 '세경하이테크'로 각인될 때까지 탄탄한 기술을 토대로 적극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며 "세경하이테크만의 독보적인 가공 기술 및 독창적인 디자인 기술, 무엇보다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든든한 조직력이 이러한 확장의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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