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주도 디모인시에서 남쪽으로 30㎞ 떨어진 인디애놀라 지역의 심슨 칼리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첫 경선인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장례식때 추도사를 한 매튜 심슨 감리교 주교를 기념해 설립된 이곳을 코커스 전 마지막 유세 장소로 택했다.
영하 30도에 가까운 강추위에도 유세 시작 3시간 전부터 지지자 200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미리언 슐츠 씨는 "너무 춥지만 트럼프를 직접 보고싶어 왔다"며 "그의 연설은 언제 들어도 재밌고 마음에 와닫는다"고 말했다.
3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2층 유세장은 연설 두 시간 전에 가득차 입장이 통제됐다. 그외 수백명은 1층에서 화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행사 시간인 정오가 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축제장에 온 것처럼 춤을 추며 입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분들 모두 파티를 좋아하지 않냐"며 "내일이면 우리가 승리할테니 모두 투표장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싱글인 사람들은 내일 미래의 남편을 만나게 되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인사하게 될 것"이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이 시기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삐뚤어진 바이든 밑에서 미국은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겪을 가능성이 있고 여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지난 대선이 조작되지만 않았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본인과 푸틴의 친분을 과시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은 매우 영리하고 터프하지만 나를 좋아했다"며 "나는 그와 잘 지냈고 안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과 전쟁을 하려 했지만 그들이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잘 해냈다"고 자평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북한은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연설 도중 한 청중이 '트럼프는 환경 범죄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당신이 수백만 달러를 훔쳐갔어"라고 고성을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괜찮다. 너무 어리니 엄마한테나 가라"며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연설 내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 등 공화당 경선 경쟁자들을 깎아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는 훌륭하지만 강한 사람들을 상대할 만큼 강하지 않아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쏴붙였다. 그러면서 "디샌티스나 헤일리 모두 결코 우리 국경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본인이 대선 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엑스(옛 트위터) 글을 통해 "나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확실히 이길 것"이라며 "그게 국경을 지키고 지출을 막으면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CNN방송에 출연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면서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호건 전 주지사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게 매우 분명하지만 헤일리는 11월에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는 모든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5일 오후 7시(한국시간 16일 오전 10시)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 1000여개 전당대회장에서 열린다. 대회장에 온 당원들이 경선 후보 대리인들의 연설을 들은 뒤 투표를 한다. 투표 결과는 온라인에 입력돼 수시간 내에 전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인디애놀라(아이오와주)=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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