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에서 70m 떨어진 다이소 매장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긴 마찬가지. 베트남에서 온 바피리 씨(25)는 “저렴하고 예쁜 물건이 많아 작년 한국에 왔을 때 가족들 선물을 모두 다이소에서 사갔다”며 “면세점엔 비싼 가격대 제품 위주라 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갑을 여는 곳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무게중심이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에서 다국적 개별관광객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새로운 쇼핑명소로 떠오른 다이소와 올리브영은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면세점 매출은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 줄며 급감했다. 면세업계는 지난해 송객 수수료를 종전의 40%대에서 30%대로 일제히 낮췄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따이궁들에게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주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하지만 송객 수수료가 줄고 중국 내 소비까지 줄어들며 따이궁의 발길도 뜸해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따이궁 수만 준 게 아니라 따이궁이 사는 물건 단가도 떨어졌다”며 “과거엔 오휘·후 등 고급 화장품을 샀다면 최근엔 마스크팩을 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커가 따이궁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면세업계는 2017년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조치로 사라진 유커의 빈 자리를 따이궁으로 메워왔다. 면세업계는 작년 8월 중국 정부가 6년만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자 거꾸로 따이궁이 유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유커 수는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중국 소비 침체 영향으로 적게나마 들어온 유커들의 씀씀이도 작아졌다.
이들의 여행 패턴을 요약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과 체험형 콘텐츠다.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다이소는 ‘500원 마스크팩’, ‘3000원 립스틱’ 등 가성비 화장품으로 SNS상에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동교동 다이소 홍대 2호점은 지난해 해외카드 결제건수·금액이 각각 110%, 115% 올랐다.
인기가 많아지자 다이소는 지난해 3월엔 명동역점을 5개층에서 12개층으로 확장하고, 김과 인스턴트 커피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 진열대도 늘렸다. 고객의 90%가 외국인인 CJ올리브영의 서울 명동 6개 지점도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7배 늘었다. SNS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K뷰티 제품을 앞세운 덕이다.
‘체험형 콘텐츠’를 늘린 백화점들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중구 본점 외벽 전체에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설치한 신세계백화점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방문자 1인당 매출은 2019년 20만원대 후반에서 지난해 60만원대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내국인 회원 혜택을 강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새해부로 ‘LDF 마일리지’를 출시했다. 구매 금액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적립한 마일리지 단계에 따라 사은품을 증정하는 제도다. 신라면세점은 작년 말 상시 가입 가능한 내국인용 유료멤버십을 출시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따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60%에 달하지만 빠르게 줄고 있는 추세”라며 “내국인들은 시내나 공항보단 인터넷 면세점을 많이 이용한단 점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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