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시스템의 '고령화' 막아야

입력 2024-01-17 17:49   수정 2024-01-18 00:20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지속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 수준(배럴당 65~69달러)으로 회귀했다.

유가가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도 대체로 강세일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원유 시장에 지정학적 위험이 상존하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수요가 전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리 변동에 따른 금융자본의 투기적 수요 향방에 따라 유가가 더욱 출렁일 가능성도 크다. 한마디로 유가 전망이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풍력,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계속 늘 것으로 전망한다. 산유국과 오일 메이저마저 장기적으로 원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비중은 줄이고 신재생 등 에너지 신산업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미국 전력회사들도 비슷하다.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대신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늘린다. 원전도 가능하면 활용을 늘려간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으로 인한 수급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저장장치와 송전망 설비를 확충한다.

그리고 복잡해진 전력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에 투자까지 한다. 여기에 들어갈 막대한 자금은 기존 화석연료에서 벌어들인 돈을 활용하고, 청정수소 생산이나 배터리 등 신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보조해 수익성을 보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애로를 겪은 대형 해상풍력을 제외하고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

국제적 흐름에 비해 한국 에너지산업은 너무 행동이 무겁다. 대규모 누적 적자와 미수금으로 발이 묶인 한국전력과 가스공사가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의 과도한 정쟁화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 고유가 상황에서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부실하다는 뭇매를 맞으면서 담당자들에게 사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 진행됐다. 그 후 탈원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지는 등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사업 추진에 불법이 있으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나 정책 실패는 정권 교체로 충분해 보인다. 사법적 처벌의 잣대를 세게 들이대면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책 실행이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경향을 종종 봐왔다.

공기업은 구조조정에 신규 투자를 꺼리고, 민간기업은 사업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투자 결정을 보류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 에너지 시스템은 점점 늙어간다. 지난해 말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광역 정전이 시설 노후화에 기인한 것이란 지적도 아픈 대목이다. 설령 시간이 지나 경영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세계적인 추세에 뒤처지면 기업 가치는 낮아진다. 현재의 낮은 주식가격이 회복되지 못해 미래 투자자금을 확보하려면 비싼 이자를 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결과에서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다. 세계는 에너지 시장의 불안에 대비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도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 향상을 최우선으로 두고 재생에너지와 청정수소, 탄소포집저장(CCS)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주요국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절약을 제2의 에너지 생산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에너지산업은 과거에 발목을 잡혀 늙어갈까 걱정이다. 올해는 이런 경향을 깨고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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