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 신기술 개발에 1조 투입…제2의 D램 신화 만든다

입력 2024-01-18 14:00   수정 2024-01-18 14:24


정부가 산업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급 신기술 개발에 1조원을 투입한다. 현재 신규 R&D 예산의 1%에 불과한 고난도 프로젝트 비중도 5년 내에 10%까지 늘린다. ‘연구를 위한 연구’, ‘나눠먹기식 복지제도’란 비아냥을 들어온 기존 R&D의 틀에서 벗어나 제2의 D램 신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정책의 수준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고난도·실패용 프로젝트 집중 지원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열린 ‘R&D 혁신 라운드테이블’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과 제도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선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국가연구개발 시스템의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며 “R&D 다운 R&D에 투자해 파급력 있는 성과를 내고 미래 인재들도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보조금 성격의 R&D 지원을 중단하고 고난이도의 모험적 연구 중심으로 사업을 대형화해 게임체인저급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산업부가 밝힌 혁신방안의 골자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고위험 차세대기술 개발 △시장 성과 극대화 △수요자 중심 프로세스 개편 △사람 키우는 R&D 등 4대 혁신방향을 정했다.

먼저 산업부는 10대 게임체인저 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1조원 규모의 모험 연구 경쟁 프로그램 ‘알키미스트 시즌2’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시작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10~20년 뒤 산업 판도를 바꿀 도전적?혁신적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동일한 주제를 두고 일종의 ‘서바이벌’방식으로 여러 팀이 단계별로 경쟁하면서 통과하는 팀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연구비가 지원된다.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충전을 가능케하는 ‘Wi-Power’ 기술, 인공지능 기반의 단백질 합성 기술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들이 포함된다

현재는 전체 산업부 신규 R&D 예산의 1%정도만 배정되는 고난도·실패용 프로젝트 예산 비중도 5년 내에 10%(연 1200억원)규모로 확대한다. 1마이크로미터 이하 첨단 패키징, 액화수소운반선, 투명·연신 디스플레이 등 기업들이 명운을 걸고 개발 중인 40대 초격차 프로젝트에도 신규 예산의 70% 배정한다. 올해 기준으로 40대 초격차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투자금은 정부 지원금(1조3000억원)을 포함해 2조원에 달한다.

단기·소규모 사업 위주로 운영돼온 연구들도 장기·대형 사업 중심으로 재편한다. 산업부는 전체 R&D 사업 수를 지난해 280개에서 올해 230개, 내년엔 200개 미만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100억원 이상 대형 과제는 지난해 57개에서 올해 16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어 국제협력이 필요한 180개 원천기술에 대해선 전략적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규모로 파편화된 사업은 줄이고 미션 중심으로 유사 목적의 사업을 통합할 것”이라며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파급력 있는 성과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과정에서 배우는 것 있으면 실패도 용인"
공급자인 정부 중심의 프로세스(과정)도 수요자(기업) 중심으로 개편한다. 정부가 일일이 기술을 정해주고 전체 과정을 통제하는 ‘찍어주기’식 사업에서 벗어나 정부는 품목과 목표만 제시하면 수행 기관이 세부 계획을 짜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첫 단계로 정부는 올해 혁신 역량이 높은 민간 기관이 공동 연구기관 구성부터 연구비 배분까지 핵심 권한을 갖는 케스케이딩(Cascading)방식의 과제를 10개 이상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산업부는 현재 반도체 분야에만 3개인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을 연내 11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분야도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으로 넓힌다. 공공연구를 위한 휴·겸직, 주식취득 등 까다로운 창업 조건도 완화한다.

연구계에선 산업부 프로젝트의 방향성 자체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실패 가능성 높은 모험적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어떻게 평가할지 등 평가의 영역은 ‘물음표’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우 산업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게 있으면 그걸 성공과 실패의 구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량적인 평가나 매출액 등으로 판단하기 보단 국내외 전문가들의 정성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서울 소재 공대 교수는 “오늘의 생존이 중요한 기업들이 하기 힘든 고난도 장기 연구를 집중 지원한다는 정부의 방향은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진짜 혁신을 하는 기업과 연구자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연구계에 만연한 상부상조식 평가 관행을 넘어설 정도의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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