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3억 싸게 샀어요"…2030 몰려드는 이곳

입력 2024-01-19 07:00   수정 2024-01-19 09:44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세보다 낮은 값에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2030세대까지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 관심과는 반대로 경매에 나온 부동산 매물들은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더 싸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해서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원은 아파트와 빌라 매물을 보러 온 이들로 북적였다. 입찰 마감 시간이 되자 150석 규모 좌석이 모두 찼지만, 정작 응찰에 나선 이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날 88건의 매물 가운데 입찰이 이뤄진 것은 10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4건은 경쟁 없는 단독입찰이었다.

입찰 마감 시간 이후에도 경매법정에 앉은 다수는 입찰 봉투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 특히 앳된 얼굴의 2030 청년층이 눈에 띄었다. 경매법정에 자주 온다는 60대 남성 A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직접 입찰하는 목적보다는 학원에서 단체로 견학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법정 차지한 2030…"경매 공부하러 왔어요"
실제 이날도 단체로 명찰을 한 경매학원 수강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경매를 담당한 경매4계는 이들을 의식한 듯 입찰 시작 전 "오늘 경매학원에서 오신 수강생들이 많은 듯하다. 입찰 봉투에 0원을 써넣어 제출하면 경매 방해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안내했다.

경매학원을 통하지 않고 홀로 경매법정을 찾는 청년도 있었다. 올해 들어 경매법정을 찾기 시작했다는 2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말부터 친구들과 법원경매를 공부했다"며 "오늘은 모의 경매를 하러 왔다"고 소개했다. 가상의 입찰 가격을 적고 실제 봉투는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경매를 익히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그는 "나중에는 매매시장보다 좋은 가격에 알짜 매물을 가져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처음으로 법원에 왔다는 20대 남성 C씨도 "경매법정 분위기를 보고 정보도 얻고자 나왔다"며 "요즘 매물이 많이 늘었다던데, 아직 가격은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법원 부동산 경매 건수(누적)는 1만7966건에 달했다. 2022년 연간 경매 건수(8812건)의 두 배가 넘었다. 집값 상승기 은행권에 돈을 빌려 집을 샀다가 제때 갚지 못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매물이 증가한 셈이다. 이들 물건은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5~7개월 뒤 경매에 나오게 된다.

경매에 새로 나온 신건은 감정평가 금액을 최저 경매가로 삼아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니 과거 매겨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에 경매 참여자들은 신건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날도 23개의 신건 매물은 모두 유찰됐다. 서울 법원경매의 경우 경매에서 1회 유찰될 때마다 최저 경매가격이 20%씩 낮아진다.
강남 인기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실제 입찰자는 적다 보니 낙찰되는 물건은 점차 줄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29.8%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30% 아래로 내려오고 3개월 연속 20%대에 머물렀다. 10건 중 7건은 유찰된다는 의미인데, 이날도 15건의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제외) 가운데 3건만 주인을 찾아갔다.

다만 강남권 인기 아파트를 두고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날 서초구 반포동 '반포써밋' 전용 84㎡는 4명이 응찰해 24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지난달 서울 평균인 80.1%를 뛰어넘는 90.7%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해 26억~27억원대에 거래됐다. 최근 나온 매물들은 27억~28억원대다. 이를 감안하면 2억~3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낙찰받은 셈이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9㎡도 7명이 응찰했다. 1회 유찰돼 최저 경매가격이 28억3200만원으로 낮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감정가액(35억4000만원)을 넘어서는 35억401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최근 거래가는 집값이 고점을 유지하던 지난해 4월의 36억원이었고, 최근에는 33억원부터 매물이 나와 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은 것이다.

시세보다 높게 낙찰받은 이유는 규제를 피할 수 있어서로 보인다. 청담동은 대치·삼성과 함께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받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면적을 넘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거주 의무도 부여된다. 다만 경매로 낙찰받을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다보니, 전세를 낀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 저가 입찰 성향이 두드러진다"며 "빌라의 경우 깡통전세 우려 때문에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외면받고, 권리관계가 깨끗한 인기 아파트에는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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