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사랑-이별-사랑'의 오묘한 순환 고리에 빠지다

입력 2024-01-22 10:00   수정 2024-01-22 15:40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작가 중 한 사람인 알랭 드 보통은 30개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유명 작가다. 1993년에 발표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알랭 드 보통의 첫 번째 작품이다. 1994년 <우리는 사랑일까>, 1995년 <너를 사랑한다는 건>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세 작품을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으로 부른다. 이 장편소설들은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출간되었는데, 이 독특한 연애소설 덕에 그는 ‘1990년대식 스탕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 권의 연애소설 가운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우리나라에 2002년 소개된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켜 2022년 ‘70만 부 기념 리커버’가 발행되었다. 31년 전 발표한 작품이 지금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사랑과 이별이 안기는 감정은 어느 시대나 똑같기 때문이다.

당시 24세이던 보통은 20대 중반 남녀를 등장시켜 직접 경험했을 법한 사실에 자신의 철학과 방대한 독서 지식을 접목,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통찰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켰다.
뜨거운 사랑과 죽음 같은 고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주인공 ‘나’는 일면식도 없는 ‘클로이’와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 두서없는 얘기를 나누게 된다. “짐을 챙겨서 세관을 통과했을 때 이미 클로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나의 고백처럼 사랑은 불시에 찾아온다. 두 사람은 곧 서로의 집을 오가며 사랑하게 되고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한다. 두 사람의 상태를 여러 고전에 반영하고 접목하면서 알랭 드 보통은 주옥같은 문장들로 사랑을 표현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큼 기쁘면서도 무시무시한 일은 드물다”고 말하는 알랭 드 보통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둘 다 똑같은 의존적 요구들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연인들은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십상인데 그는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네 속을 뒤집어 놓는다”는 심리에 빗대 “우리는 사랑만이 아니라 사랑의 이면인 독설에도 감염되었다”고 상황의 진전을 알린다. 드디어 첫 말다툼이 불붙었는데 그 계기를 “나는 너를 안다, 따라서 너를 소유한다”라는 문장으로 대변한다.

둘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하던 중 서로의 친구들과 어울린다.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지만 클로이는 나의 친구 윌을 만나면서 변심하고 만다. “절대 애인을 친구에게 소개하지 말라”는 연애 철칙이 떠오르면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공감받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클로이를 만나자마자 사랑했다가 1년 만에 헤어지고 죽음 같은 고통을 겪지만, 나는 몇 달 뒤 ‘불가피하게’ 그간의 사랑을 잊기 시작한다. 그 대신 ‘대책이 서지 않는 사랑의 고통 때문에 비관적이 된 나는 사랑으로부터 완전히 떠나버리기로’ 결심한다. ‘간소한 서재에 처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갈 작정이었다.

어느 날 디너 파티에서 레이철이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사랑에 고통이 없을 수 없고, 사랑이 지혜롭지 못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비합리적인 만큼이나 불가피했다”고 인정한다. 레이철이 자신의 초대를 받아들이자 ‘마음이 떨리기 시작한’ 나는 ‘내가 다시 한번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아 놀랍다
독서를 하다 보면 세 가지 포인트에서 놀라게 된다. 첫째 스토리가 너무도 평이하고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사랑과 이별 코스가 마치 나의 경험인 듯 너무도 똑같아 저절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둘째, 24세 알랭 드 보통의 독서력이 상황과 접목하면서 뿜어내는 통찰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나는 이 나이에 이런 독서량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서 자칫 자책감이 들 수도 있다. 셋째, 사랑은 쉽게도 달아올랐다가 쉽게도 식으면서 죽을 만큼의 고통과 함께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는 점, 얄밉지만 끝내 달려가봐야 할 행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사랑을 시작하기 직전, 사랑과 행복의 한가운데에서, 아픈 이별로 가슴이 저밀 때, 어떤 상황에서든 큰 울림을 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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