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갈 땐 빈손, 나올 땐 쇼핑백…딱 걸린 관세청 간부

입력 2024-01-19 18:23   수정 2024-01-20 01:24

2022년 9월 23일 오후 3시14분. 한 사람이 관세청 간부와 함께 인천공항세관의 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빈손이던 이 사람은 오후 3시55분 흰색 쇼핑백을 들고나와 서둘러 세관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 앞 CCTV에 찍힌 40분 분량의 이 영상은 6개월 전 삭제됐지만 검찰이 복구하면서 뇌물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됐다. 세관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세관의 불법 외화 송금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맡은 브로커. 쇼핑백에 든 것은 현금 8000만원이었다. 관세청 간부가 “청탁받은 일을 성사시키기 어렵게 됐다”며 브로커에게 받은 1억원 중 본인이 쓴 돈을 제외한 나머지를 되돌려준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브로커가 진술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영상 증거가 나오면서 혐의를 부인하던 관세청 간부의 논리는 법정에서 통하기 어려워졌다. 이 간부는 뇌물 6억원을 요구하고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1심에서 징역 9년, 벌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CCTV 복구의 일등 공신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멀티미디어복원실이 개발한 멀티미디어 복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상과 음성의 최소 단위인 ‘프레임’을 복원하는 기술로 영상, 사진, 음성 등 각종 자료를 되살린다. 오래전 촬영했더라도 복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데이터 조각만 남아있다면 가능하다. 대검찰청은 최근 일선 검찰청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복원 프로그램 수십 개를 적극 동원하며 활용 사례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유죄 판결이 나온 몰래카메라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다.

검찰은 손상된 포렌식 결과물 복구를 비롯해 각종 범행의 증거 확보에 복원 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범죄가 복잡해지면서 혐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자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022년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피고인·변호인이 동의했을 때만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자료의 존재감이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소병민 대검 멀티미디어복원실장은 “다양한 복원 기술을 도입하면서 디지털 자료가 범죄사실을 밝히는 데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진성/권용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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