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직원에 안전관리 맡길 판"…중대재해법 확대 앞두고 '비상'

입력 2024-01-21 15:33   수정 2024-01-21 16:21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중소기업들이 ‘안전관리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자격을 갖춘 인력이 한정돼 있는데다 대기업들이 웃돈을 얹어주며 뽑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은 안전관리자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실전 경험 없이 자격만 간신히 갖춘 대졸 신입 직원을 뽑아 안전관리 업무를 일임해야할 판국“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안전관리자는 사업주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현장감독자들을 지도하는 사람이다.
중기도 중대재해법 적용 ‘초읽기’
2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24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이 법 적용 유예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야당이 문재인 정부 때도 하지 못했던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치 요구가 수용돼야만 유예 여부를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야의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의 안전관리자 채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법이 확대 적용돼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 채용이 의무화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해 예방에 전문성도 없고 별도 조직을 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안전 업무를 일임하는 게 최선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업체에 일감을 주는 원청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자체적인 안전관리자를 둔 하청 업체를 선호한다. 고용부가 산재 예방책의 일환으로 사업장에 도입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위험성 평가’ 역시 안전관리자 없이는 실행이 어렵다. 300인 미만 기업은 고용부 지정 ‘안전관리 전문기관’에 안전관리를 위탁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이는 사무직·서비스업처럼 재해 발생 가능성이 작은 사업장에서나 적합할 뿐이란 지적이다.
중기, 안전관리사 채용난 극심
문제는 안전관리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지도사나 산업기사 등 자격을 취득했거나 대학에서 안전 관련 학위를 취득한 사람 등에게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대표가 처벌될 수 있다는 공포에 대기업들은 이미 법정 인원 이상으로 안전관리자를 대거 채용했다. 결국 기존 안전관리자들이 중소기업에서 중견·대기업으로 연쇄 이동이 벌어지면서 몸값도 치솟았다. 중소기업들이 안전관리자 채용에 한층 곤란을 겪는 이유다.

근로자 47명 규모의 D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력직 안전관리자 채용 공고에서 연봉을 7000만원으로 올렸다”며 “간부급 연봉이지만 이 정도를 주지 않으면 지원 서류 조차 안들어온다”고 호소했다. G건설사 관계자는 “말그대로 쓸만한 안전관리자는 씨가 말랐다”며 “기껏 교육을 시켜놓으면 대기업에서 족족 빼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아우성이 빗발치자 정부는 황급히 안전관리자를 대거 육성하기로 했다. 올해까지 안전관리자를 4000명 양성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부랴부랴 수정해 2026년까지 2만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안전 관련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부족까지 겹치면서 급한대로 자격만 갖춘 대졸 신입을 고용해 안전관리를 일임할 판국”이라며 “지금 양성된 인원들은 현장에서 실전 경험을 갖출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안전관리자 문제는 애당초 대기업 총수 처벌을 위해 대기업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법을 중소기업으로 무리하게 확대 적용하면서 벌어진 웃지못할 촌극”이라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이대로 강행되면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곤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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