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의결권 규제 완화' 조건 달고 재단 기부

입력 2024-01-21 18:22   수정 2024-01-22 02:12

해외 국가는 경영권 승계와 사회공헌 확대가 가능하도록 공익재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이런 방식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가운데 재단 출연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고 의결권도 대폭 제한하고 있어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한국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5% 이하를 출연받을 때만 재단이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5%를 넘는 지분을 재단에 넘기면 그 초과분에는 최고 60%까지 증여세가 부과된다. 지분을 직접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결권 없는 주식은 제한 없이 비과세 대상이지만 경영권 상속 수단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

이런 비과세 한도는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미국은 20%, 일본은 50% 초과분부터 과세 대상이다. 독일과 영국 등은 아예 지분율 제한 없이 증여세를 면제한다.

의결권 행사 조건은 더 깐깐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행사 한도가 올해 25%에서 2026년 15%로 줄어든다. 해외 주요국 대부분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국가 인재 육성을 위해 작년 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선언하면서 ‘기부는 현행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관련 규제 등이 완화되는 시점에 이뤄질 예정’이란 단서를 단 것도 이런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거액의 증여세를 피할 수 없고 기부한 지분의 의결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자녀들이 지분을 소유한 채 이사회에만 참여하고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권 방어 수단도 없으면서 공익법인에 의한 지배도 사실상 봉쇄하는 우리 법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예외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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