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생존 위해선 딥테크 투자 절실…올해 1조 이상 풀겠다"

입력 2024-01-21 18:39   수정 2024-01-22 09:15


“고금리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기술 확보 경쟁은 더 심화할 것입니다.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선 미래 산업의 ‘린치핀’(핵심축)이 될 수 있는 딥테크(첨단기술) 투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술 투자를 강조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 힘은 딥테크에서 나오고 이를 단단히 떠받칠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허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기술 투자를 소홀히 하면 산업 패권 경쟁에서 밀려 국가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신산업 태동 후 투자 집행까지의 시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성장금융은 8조1000억원을 굴리는 벤처·사모투자 시장의 ‘큰손’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이 출자해 조성한 모(母)펀드 운용사로 성장사다리펀드, 정책형 뉴딜펀드 등을 기획·관리한다. 2016년 설립된 후 지난해 말 기준 출자 펀드는 누적 452개, 출자 펀드 결성금액은 40조원을 넘어섰다.

▷딥테크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술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나오고 실제 투자가 집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지요. 모험자본은 이 시차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기술에 집중 투자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인공지능(AI)이 부상하면서 기술 영역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AI 소프트웨어는 결국 로봇으로 구현될 겁니다. 고령화하는 한국의 인구구조를 보면 로봇산업은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입장에선 고령사회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에 경쟁력이 있는 국가이기도 하고요.”

▷딥테크 투자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정부 예산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민간 자본이 적극적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장기자금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이 기술 영역에 모험자본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지금은 운용역들이 모험시장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정부가 나서서 ‘10년 투자 후 손실이 나면 일부를 도와줄게’ 하는 식의 시그널을 줄 필요도 있어요. 실제론 손실이 날 일이 많지 않을 겁니다. 많은 운용사가 모험자본 투자에 익숙해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함께 살피면서 투자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기후금융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산업 지형에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겁니다. 사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봤을 때 대체에너지 영역에서 유리한 국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 등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죠. 미국이 제조업 쪽으로 회귀하면서 기후금융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요. 기후금융 테스트베드 펀드를 만드는 방식 등 다양한 참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투자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한국성장금융은 장기 투자하기 때문에 작년에 시장이 좋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1조원가량을 출자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출자 규모를 더 늘릴 예정입니다. 성장사다리펀드2 모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만큼 딥테크, 기후금융 투자와 함께 세컨더리 시장(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거래하는 시장) 활성화에도 집중할 계획입니다.”

▷세컨더리 시장에선 어떤 역할을 할 계획입니까.

“피가 고여 있으면 썩습니다. 벤처 투자 생태계도 자금이 잘 흐를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해야 합니다.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면 LP(출자자)들은 투자를 덜 합니다. GP(운용사) 입장에서도 회수를 통해 매듭 지을 수 있어야 성과 보수로 이어져 좋은 인력이 몰립니다. 통상 7~8년인 회수 기간을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로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기관을 지원하거나 직접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해외에선 모펀드 운용사들이 세컨더리 펀드를 많이 운용합니다.”

▷대표적인 모험자본 운용사를 이끌면서 세운 운용 철학이 있습니까.

“한국성장금융은 법적으론 민간회사지만 동시에 공공재 성격이 큰 모펀드 운용사입니다. 미래 경제를 이끌 신산업에 자금을 집행하는 동시에 출자자를 위한 수익성도 확보해야 하지요. 정부의 다양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융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래산업, 새로운 일자리, 기술 발전의 주역인 청년 세대와 더불어 혁신을 실행할 공간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기존 시장이 투자를 주저하는 기술 분야에 든든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습니다.”

■ 허성무 대표는…

국내 금융공학 1세대로 구조화 금융과 대체투자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991년 동양그룹에 입사한 후 다양한 회사에서 투자 경험을 쌓았다. 2022년 8월 한국성장금융 3대 대표로 취임해 8조원이 넘는 규모의 모펀드를 기획, 운용, 관리하고 있다.

고은이/김주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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