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영상을 알아서 선명하게…삼성·LG "AI 스크린 시대 연다"

입력 2024-01-22 16:23   수정 2024-01-22 17:48


글로벌 TV업계 1, 2위(매출 기준)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두뇌’(프로세서)를 확 바꾼 차세대 TV를 나란히 내놨다. 똑똑한 인공지능(AI)이 저화질 영상을 알아서 8K(초고화질)로 바꿔주는 제품이다. 삼성과 LG가 기술 경쟁력에서 일본 소니, 중국 TCL 등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TV, 인공지능 칩으로 대변신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신 TV와 기술, 서비스를 공개하는 ‘삼성 퍼스트룩 2024’ 행사를 열었다. 발표를 맡은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AI 스크린 시대는 삼성이 선도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신제품인 ‘네오 QLED 8K’ TV를 공개했다.

기존 2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보다 속도가 두 배 빠른 ‘NQ8 AI 3세대’ 통합칩셋(SoC)을 적용해 AI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제품이다. 용 사장은 스피치의 절반 이상을 이날 처음 공개한 TV 전용 AI칩 NQ8 AI 3세대 SoC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빠르고 똑똑한 AI가 원본 저화질 영상의 듬성듬성한 픽셀에 맞는 색상을 찾아 꼼꼼하게 채우는 식으로 초고화질로 바꿔주고, 스크린에 뜬 영상에 맞게 음향에도 현장감을 입힌다. 이날 전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화질 업그레이드 전후 영상을 시연했다. 골프 경기 원본 영상에선 골프공의 움직임이 흐리게 보였지만 업그레이드 영상에선 브랜드가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이날 투명 무선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공개한 LG전자도 비슷했다. 보도자료의 주요 부분을 AI 칩 ‘알파 11 프로세서’를 설명하는 데 썼다. 기존 TV용 SoC보다 AI 성능이 네 배 향상된 칩이다. 이를 통해 그래픽 처리 성능은 70%, TV 앱의 동작 속도는 30% 높였다. 영상을 화소 단위로 분석하고 색을 보정하는 기능, 2채널 음원을 마치 콘서트장에 있는 것 같은 음향으로 변환해주는 기술도 들어갔다.
○스마트폰, 태블릿과의 차별화 주력
삼성과 LG가 AI 반도체에 주력하는 건 스마트폰 및 태블릿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다. 요즘 “굳이 TV로 콘텐츠를 봐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TV를 거실에서 밀어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찾은 해법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으론 느낄 수 없는 ‘초고화질’과 ‘압도적인 현장감’이다. 똑똑해진 AI의 힘을 빌려 스포츠 선수들의 작은 땀방울까지 그대로 보여주고, 콘서트 현장의 쿵쾅거리는 음향을 고스란히 전달해 ‘직접 관람하는 듯한’ 현장감을 주겠다는 것이다.

TV 업체가 반도체만큼이나 신경 쓰는 승부처가 ‘운영체제(OS)’다. 기업들이 TV를 ‘스마트홈의 중심’으로 밀고 있는 만큼 다른 가전 기기와의 매끄러운 연결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한 OS를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타이젠 OS 홈’을 공개했다. TV에 등록된 계정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게 새로운 기능이다. 타이젠 OS에는 좋아하는 게임을 선택하면 장르와 환경에 맞는 화질과 음질로 최적화해 주는 AI 기능이 포함됐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 전용 OS를 선보였다. 화면 하단에 ‘바(bar)’ 형태로 날짜, 날씨, 주요 뉴스 등을 표시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투명디스플레이도 새로운 화두
CES 2024에선 새로운 디스플레이도 등장했다. 바로 ‘투명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는 투명 마이크로 LED 스크린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의 투명 마이크로 LED인 이 제품은 전원을 껐을 때 투명한 유리처럼 스크린 너머를 볼 수 있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단위의 LED가 백라이트, 컬러 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낸다. 베젤(테두리)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LG전자는 이날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세계 첫 번째 무선·투명 올레드 TV다. 올레드의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유리처럼 속이 훤히 비치는 TV다. 여기에 차세대 전파 송·수신 기술을 적용해 전원선을 제외한 선을 모두 없앴다. 선이 하나밖에 없는 만큼 거실 창 앞, 거실과 주방을 비롯해 집안 어디든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다.

TV는 리모컨으로 간편하게 화면을 ‘투명 모드’와 ‘블랙 스크린 모드’로 바꿀 수 있다. 투명 모드를 설정하면 다른 TV에서 볼 수 없는 입체감도 구현한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미디어아트를 감상하면 스크린 뒷공간과 콘텐츠가 겹쳐 보여 마치 집 안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블랙 스크린 모드는 기존 TV처럼 영상을 보는 방식이다. 이 모드에서는 77형 4K 해상도인 OLED의 우수한 화질로 영화,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올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LG 추격하는 중국 TV…AI·디스플레이 기술 신제품 선봬
TCL·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기업…AI칩 장착한 미니 LED TV 등 전시
글로벌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뒤쫓는 ‘추격자’인 중국 가전업체도 일제히 ‘CES 2024’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여파로 최근 2~3년 CES에 불참한 업체들도 자체 개발한 인공기능(AI) 및 디스플레이 기술을 뽐내기 위해 신제품을 들고나왔다.

CES 2024 행사장 중심부에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 ‘명당자리’로 꼽히는 삼성전자 부스 맞은편은 중국 가전업체 TCL 몫이었다. 직원들은 입구에 주력 제품인 ‘QD(퀀텀닷)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배치하느라 분주했다. 이번에 처음 데뷔하는 미니 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LED 수백만 개를 촘촘히 박아 만든 프리미엄TV다.

크리스 햄도프 TCL 북미법인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TCL은 미국에서 5년 연속으로 베스트 2위 TV 브랜드 자리를 유지하며 매우 큰 성공을 거뒀고 프리미엄 QLED TV 부문에서도 베스트 2위를 차지했다”며 “우리가 혁신의 기준을 높임에 따라 2024년은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TCL 인근에는 또 다른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가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간판 제품인 110형 미니 LED TV(모델명 110UX)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LED 제품 가운데 가장 밝은 1만 니트(1니트는 촛불 하나의 밝기)를 구현한 제품으로, OLED와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하이센스가 자체 개발한 AI 칩(X칩셋)을 넣어 화면에 나오는 장면에 맞게 알아서 화질을 손본다.

하이센스는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은 전자장치 제품도 선보였다. 차량용 프로젝션(차량 유리를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는 장비)인 ‘레이저 프로젝션 디스플레이’다. 차량 앞 유리와 옆문 유리에 도로 정보와 각종 영상을 띄울 수 있다.

데이비드 골드 하이센스 미국법인 대표는 “하이센스는 단지 스크린을 만드는 것을 넘어 디스플레이 기술을 일상과 통합해 세계를 더 가까워지게 하고, 화면을 초월해 여러분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으로만 승부했던 중국 가전업체들은 이제 기술에서도 삼성과 LG를 꽤 많이 따라잡았다. ‘저렴한 데다 품질도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TV 출하량 기준 세계 1위(3630만 대)를 지켰지만 출하량 자체는 1년 전보다 9.8% 감소했다. 반면 하이센스와 TCL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4%, 16.3% 증가한 2700만 대와 2620만 대로 올라섰다. LG전자는 7.4% 감소한 2291만 대로 4위를 기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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