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의결권 이중족쇄에 묶인 한국의 공익재단

입력 2024-01-22 17:40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는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을 100년 넘게 이어가며 일자리 창출과 공익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많다. 미국 빅3 자동차 메이커 포드, 세계 최고 광학기술을 보유한 독일 자이스, 비만약 치료제로 주목받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스웨덴 국민기업 발렌베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배경엔 경영권 승계와 사회공헌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공익재단 제도가 있다.

한국에선 이런 기업이 나올 수 없다. 기업 오너가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지분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데다 의결권까지 제한되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이 의결권 있는 주식을 출연받을 때 5%까지만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5% 초과분에는 최고 60%의 상속·증여세가 부과된다. 지분을 직접 자녀에게 물려줄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외국 공익재단은 다르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미국은 20%까지, 일본은 50%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하고 독일 영국 등은 아예 이런 지분 제한이 없다.

한국의 의결권 행사 조건은 더 까다롭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행사 한도는 계열사 지분까지 모두 합쳐 25%다. 게다가 이 제한은 내년에 20%, 2026년부터는 15%로 더 깐깐해진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이 의결권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 때로는 차등의결권까지 부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에선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가 어렵고 상속세 부담도 크다. 결국 외통수에 몰려 사모펀드 등에 기업을 넘기는 창업자도 적지 않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사례처럼 유족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주식(NXC 지분 29.29%)을 상속세로 물납하고 국가가 이를 처분하느라 쩔쩔매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생긴다. 공익재단 규제로 공익사업이 부진해지는 측면도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연구원은 지난해 ‘강대국 외교 구상’ 보고서에서 재단을 통한 가업승계와 부의 상속을 제도화하는 대신 기업 수익금을 재단에 귀속시켜 교육, 복지, 연구개발(R&D) 등 공익 목적에 쓰는 ‘윈윈’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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