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디지털 땅' 증발…'메타버스 부동산' 사기 터졌다

입력 2024-01-22 18:41   수정 2024-01-30 17:03


국내 한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이 최근 돌연 폐업하면서 투자자들이 수십억원의 손해를 봐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사이트를 개설해 가상 부동산을 사면 이자수입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를 끌어모은 대형 업체다. 메타버스 부동산 업체가 수사를 받는 첫 사례다. 가상공간에 투자한 부동산을 잃게 된 피해자는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억원 투자 시 최대 7300만원 보장”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블록체인·메타버스업체 P사 임직원과 책임자인 최모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자 12명이 P사 관계자 등을 고발해 혐의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P사는 메타버스에서 부동산을 거래하는 M플랫폼을 2021년 9월 선보였다.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축소한 형태로 가상공간에서 세계 부동산을 사고판다는 호주의 어스2,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미국의 더샌드박스 등이 국내에 소개된 직후였다. P사는 서울과 뉴욕을 옮긴 가상공간을 투자자들에게 쪼개 팔았다. 서울 롯데월드타워와 뉴욕 자유의여신상 등의 랜드마크를 구현해 분양하기도 했다.

P사는 투자자들에게 가상 토지 시세 0.1~0.2% 수준의 이자를 매일 미국 달러에 1 대 1 비율로 연동된 ‘M달러’로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M달러’는 언제든지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억원을 투자하면 연 73% 이자율로 7300만원을 돌려주는 셈이다. 여기에 150일 후 구매가격으로 되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유명 아이돌그룹을 앞세워 NFT 랜드마크 타일을 지정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M플랫폼은 개인투자자를 대거 끌어모았다. 출범 두 달여 만에 “플랫폼 이용자가 4만5000명이고, 이 중 70% 이상이 2030세대”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날아간 메타버스 부동산 ‘대박 꿈’
고소인들에 따르면 M플랫폼은 출범 직후부터 2022년 초까지 9개월여간 약속한 이자를 정상 지급했다. 한동안 사용자가 대거 유입됐고, 투자자 간 2차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2022년 중반까지 P사는 토지를 거래할 때 이용하는 M달러를 자체발행 암호화폐인 M토큰과 연계해 국내외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암호화폐 열풍이 한창인 시점에 주요 거래소에 ‘원화 상장’을 하면 가격이 뛰는 현상을 노린 것이다. 고발인 장모씨는 “P사가 토큰 상장에 성공하면 토지 가격도 더 뛸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홍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 상장은 불발됐고, 해외 거래소인 바이비트에만 상장됐다. M토큰의 가격은 수직 낙하했다. 이날 가격은 최고점인 2022년 11월 시세의 1.3%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용자가 야금야금 줄던 M플랫폼은 작년 말 폐업 사실을 밝히며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한순간에 투자자들의 입출금이 막혔고, 투자금도 사실상 증발했다. 고발인들의 피해액은 수십억원대로 알려졌다. M플랫폼 투자자 3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억대’ 투자금을 넣었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연 70%가 넘는 이자와 재매입 조건은 애초에 지속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지적한다. 경찰이 M플랫폼의 돌려막기 정황을 의심하는 배경이다. 경찰수사를 계기로 다른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의 부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환 법무법인 세종 가상자산수사대응센터장은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수익화가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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