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갈등 정리 중"…한동훈의 선택은

입력 2024-01-22 18:10   수정 2024-01-23 02:30

지난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로 불거진 당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 위원장이 이른바 ‘사천 논란’의 계기가 된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소개에 대해 “사전 협의를 거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김 위원 마포을 출마 지지에 대해 철회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대통령실에서는 갈등을 봉합하려는 기류가 감지됐지만,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 온건론 냈지만…
대통령실은 전날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권 내 갈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한 위원장 측과도 물밑에서 소통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 인사들이 한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을 하는 것을 자제하자는 기류”라며 “사태가 더 커지면 4월 총선에서 참패하고 여권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인사들은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공천 논란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의 거취에 대해선 비대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건희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한 것은 선을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7일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한 것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결속력 떨어진 친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의 사퇴나 불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을 같은 험지에 김 위원 같은 유명 후보를 출마시켜 분위기를 띄우자는 차원이고, 아직 공천을 한 것도 아니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의 압박에 물러서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도 깔렸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을 압박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년 전만 해도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막았던 결속력이 친윤(친윤석열)들 사이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2022년 9월 원내대표직 사퇴 이후 일찌감치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고 있다. 장제원 의원도 지난달 12일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성민 의원 역시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겨 친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은 이철규 의원 정도가 유일하다.

한 위원장이 결국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도 의원들 입장에선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용 의원이나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입장에서 과거처럼 대통령실을 적극 대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한동훈 시험대
대다수 의원은 생각을 숨긴 채 사태 추이를 살피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모임도 취소됐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끼리 개인적으로 생각을 주고받고 있다”며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어디까지 각을 세울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우선 한 위원장이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세력 구축에 나설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맞설 유일한 차기 대선 주자로서 ‘미래 권력’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한 위원장으로의 권력 쏠림이 가속화되고, 총선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대통령실과의 관계는 파국을 맞는다.

하지만 이는 “평생 엘리트로 살며 풍찬노숙을 해본 적 없는 한 위원장의 스타일상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이 명품백 논란 등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며 대통령실에 손을 내밀 수 있다. 사태는 봉합되겠지만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며 ‘정치인 한동훈’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노경목/도병욱/정소람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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