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트럼프 공포

입력 2024-01-23 17:55   수정 2024-01-24 00:12

“외국 정부들이 겁을 먹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동맹국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막후 외교에 나선 미국 의원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레이스 초반이지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세론으로 굳어지면서 전 세계에 ‘트럼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 데 이어 당시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까지 사퇴했다. 트럼프는 경선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을 물리치자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홀로 남은 니키 헤일리 후보가 분투하고 있지만 16개 주·지역의 경선이 열리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까지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온건파 공화당원이 많은 이번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결과가 분수령이 될 듯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 각국이 이미 트럼프 복귀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 우크라이나와 대만 포기 가능성, 동맹국에 대한 거래적 접근, 적국과의 공격적 거래, 글로벌 규칙 붕괴 등을 우려했다.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에게 미국 이외의 국가는 ‘은혜를 모르는 동맹국’ ‘불쾌한 적대국’ ‘관심 없는 국가’로 나뉜다며 대비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한국도 대미 무역흑자와 방위비 분담 문제가 걸려 있으니 ‘무임 승차’ 하지 않는 동맹임을 입증해야 할 판이다.

우리 기업들 역시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미국에 전기차·배터리 공장 등 초대형 투자를 했는데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IRA 폐기와 함께 보조금 지급도 백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산 제품에 10% 세금을 더하겠다는 트럼프의 보편관세 공약이 실행된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미국이 바이든 2기가 될지, 트럼프 2기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후자에 맞춰 정부도 기업도 대응법과 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 번 맞아본 매라지만 1기보다 2기가 훨씬 더 거칠고 고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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