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가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가 됐다. 지난 반 세기 동안 ‘글로벌 대중차’로 군림해온 도요타 코롤라를 큰 격차로 제치면서다. 순수전기차가 단일 차종 판매량으로 세계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전기차 가격 인하 전쟁을 주도했던 테슬라는 탄탄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정상을 차지하면서 ‘전기차 대전환’의 막을 본격적으로 열었다.모델 Y는 글로벌 판매량을 1년 새 60% 늘리며 2022년 4위에서 지난해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2022년 1위였던 도요타 코롤라는 판매량이 122만대에서 108만대로 소폭 줄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3위는 도요타의 준중형 SUV RAV4가 차지했다. 판매량은 약 88만대로 1년 전과 비슷했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투싼은 지난해 64만7000대를 팔아치우며 혼다의 준중형 SUV CR-V, 도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와 5위 싸움을 벌이게 됐다.
테슬라의 성공 비결은 가격 경쟁력이다. 수 년간 고가 전략을 고수했던 테슬라는 작년 초를 기점으로 파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섰다. 경기 부진과 금리 인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주춤하자 고마진을 포기하고 판매량 확대를 택한 것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모델 Y를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많은 1만3885대 팔아치웠다. 중국에서 생산해 원가를 낮춘 모델 Y를 기존 가격보다 2000만원가량 싸게 출시한 덕분이다. 펠리페 무뇨즈 자토다이내믹스 분석가는 “모델 Y는 기능이 뛰어난 SUV인데도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전기차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최적 선택지”라고 했다.
업계에선 당분간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마저 축소하고 있어 전기차를 애초에 싸게 만들어 내놓아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완성차 업체들의 마진 악화도 불가피하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자동차 업체의 경영이 악화하고 산업 전체가 ‘피바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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