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주 만에 삐끗한 전공 자율선택 확대…교육개혁 왜 매사 이런 식인가

입력 2024-01-25 17:40  

교육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전공 자율선택)으로 선발하는 대학에만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가 3주 만에 철회했다. 대학들이 ‘졸속 추진’이라고 거세게 반발하자 일단 올해는 도입하지 않겠다고 발을 뺀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물러선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왜 교육개혁이 매사 이런 식으로 우왕좌왕하는지 모르겠다.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해 2학년부터 진로를 선택하도록 하는 무전공 선발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전공 간 벽을 허물고 융합교육 추세와 시장 수요 변화에 맞게 대학 교육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외국 유명 대학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충분한 준비 없이 갑자기 밀어붙이는 데 있다. 예컨대 무전공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인기 학과 쏠림 현상이 나타날 텐데 해당 분야 교수는 어떻게 충원할지, 전공 선택 기준은 뭔지, 비인기 학과 소외 대책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 대학 입장에선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무기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역풍을 맞은 것이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초 논란이 됐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만 6세→5세) 정책도 그렇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조기 사회 진출 촉진, 가정의 양육 부담 저하 등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갑툭튀 정책’이란 비판에 교육부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해보고 접어야 했다. 그걸 반면교사 삼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수능 킬러문항 배제’도 취지는 좋지만 지난해 정부가 수학능력시험 직전에야 꺼내는 바람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혼선을 일으킨 게 사실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치밀하게 준비해서 해야 한다. 불쑥 꺼냈다가 반발하면 물러서는 식으로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혼란만 주고 교육개혁의 동력만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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