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칼 빼든 카카오…이수만 쫓아낸 SM엔터 경영진 내친다

입력 2024-01-28 13:49   수정 2024-01-28 19:26

이 기사는 01월 28일 13: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진을 대거 경질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SM엔터를 인수한 지 10개월 여만이다.

현 경영진은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잡고 선진 지배구조를 내걸면서 이수만 창업자를 내쫓은 주역들이다. 이수만 창업자의 처조카이자 전 대표인 이성수 최고A&R책임자(CAO)와 장철혁 현 대표 등이 대상이다. '선진 경영'과 '투명 지배구조' 등을 내걸었지만 스스로 불투명한 경영 활동을 벌이다가 경질 대상이 됐다. 모회사 동의 없이 측근 개인회사에 대한 석연치않은 투자를 단행했다가 발등을 찍었다. 카카오는 현 경영진에 대한 포렌식 조사까지 벌인 끝에 이대로 방치해선 안되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선진 지배구조를 외치며 구성된 이사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하면서 이사회에 입성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와 교수, 변호사 등도 거수기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칼 빼든 카카오..."SM엔터 방치하면 본사 이사회도 형사처벌"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SM엔터의 장철혁 최고경영자(CEO), 탁영준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성수 CAO, 박준영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등 현 경영진을 대거 경질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보도로 알려진 SM엔터 경영진들의 측근 회사에 대한 불투명한 M&A와 투자 등이 원인이 됐다. ▶(2023년 11월 20일자 A12면 참조)

카카오는 이달 초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외감법 21조에 따라 SM엔터의 주요 인력에 대한 포렌식 감사에 착수했다. 카카오에선 자체 감사 및 실태 파악 과정에서 해당 거래 외에도 다수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결국 SM엔터 경영에 통제가 필요하다 판단하고 수술대에 올리기로 했다.



SM엔터 경영진들은 이수만을 몰아내는 데 공헌한 최 모 이사와 윤 모 선임의 개인 회사인 텐엑스엔터(10x엔터)와 이 CAO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진 더 허브 등을 인수하면서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급했다는 의혹에 섰다. 10x엔터는 소속 아티스트가 스트레이키즈 출신 김우진 씨 단 1명에 현금 312만원만을 보유한 회사였지만 SM엔터가 지난해 9월 22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는 SM엔터의 최대주주임에도 SM경영진에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한 채 보도로만 실태를 파악했던 상황이었다. 카카오는 이 모든 의사결정이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외부 회계법인들의 사전 실사조차 없이 단행된 점도 문제삼았다.

카카오는 지난해 4월 SM엔터의 스튜디오클론 인수 과정도 한 차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는 자회사인 스튜디오광야를 통해 40억원을 투입,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클론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SM엔터의 투자를 총괄한 장재호 전 CSO 및 이 CAO 등이 카카오 측과 논의 없이 거래를 마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외에도 SM엔터는 사내 투자회사인 SM컬처파트너스를 통해 최 센터장이 주주이자 사내이사로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보도된 10x엔터와 스타트업 투자 외에도 내부고발 등이 이어지면서 현 경영진들의 해임 사유가 충분할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감사위원회 차원에서 SM엔터 경영진들이 무리하게 단행한 M&A와 투자 등에서 문제가 커 이를 방치하면 추후 상각 혹은 손실처리 과정에서 본사 연결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방치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하면 카카오의 경영진과 이사회도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을 사안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앞서 SM엔터 경영권을 쥔 후 배후에서 모든 투자행위 등 경영을 총괄하고 결정한 장재호 전 CSO는 카카오의 포렌식 요구에 동의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퇴사했다. 위법 소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 CAO도 이달 초 자신의 지분 전량을 장내에서 매각한 바 있다.
아마추어들이 이끈 'SM 3.0'...韓 행동주의에 재뿌렸다
SM엔터 사태가 드러낸 민낯은 경영진의 일탈이 끝이 아니다. 한국에서 간신히 싹튼 '주주행동주의'에 상처만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SM엔터의 현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의 수천억원의 일감몰아주기 등을 공격하며 SM엔터의 거버넌스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SM 3.0'을 발표했다. 다수 주주들의 지지속에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내건 '선진 이사회'는 침묵했다.

SM엔터의 경영진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카카오와 함께 경영권을 쥔 후 지배구조 선진화를 내걸며 외부에서 추천받은 신임 사외이사 5인을 선임했다. 김규식 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변호사)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이창환 대표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일원으로 뛰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국내에선 최초사례"라며 "향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상징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들의 침묵은 결국 SM엔터 임직원, 아티스트들의 이탈과 SM엔터의 경쟁력 악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SM엔터가 내건 변화에 일조하겠다며 회사에 합류한 인력들은 기존 경영진들의 행보에 실망하며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세운 개인회사를 SM엔터에 22억원에 매각한 A본부장과 B 씨는 인사위원회도 없이 SM엔터의 요직에서 근무하자 핵심 인력이 대거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샤이니 출신의 태민 씨는 라이브방송에서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고, 계약 만료를 맞은 슈퍼주니어 출신 규현·동해·은혁 씨 등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들도 재계약 대신 회사를 떠났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SM엔터 해외 법인에서 특정한 업무도 없이 수억원의 연봉을 수령하는 인사들에 대한 고발이 나와도 이 CAO와 친하다는 이유로 무마한 사례도 부지기수로 알고 있다"며 "특히 회사에 피해를 끼친 인물들이 C레벨과 친하다는 이유로 대거 중용받으면서 경력직 직원들 위주로 이탈이 컸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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