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이 떠오르는 '증시 파티'

입력 2024-01-26 17:48   수정 2024-01-27 00:49

요즘 투자자들은 전쟁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서방 선박을 공격하고,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란은 파키스탄의 반군 기지로 추정되는 곳에 미사일을 쐈다. 핵무장 국가인 파키스탄은 맞대응하며 확전 우려를 키웠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대만 총통선거에선 중국이 ‘전쟁 후보’로 간주한 라이칭더가 당선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발트해 연안에 위협을 가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한 고위 관리는 “5~8년 내 러시아와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2차대전 직전 '데자뷔'
세계 종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쓴 시처럼 ‘모든 것이 무너지고, 중심을 잡지 못해 다가올 더 큰 재앙’에 대한 암시처럼 느껴진다. 최근 미국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아직 올해 1월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 모든 게 일어났다는 점이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금융지표는 마냥 좋아 보인다. 주요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 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하며 세계 금융시장은 작년 말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증시에선 S&P500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직전처럼 보인다. 투자자들은 1939년처럼 파티를 즐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투자 심리와 정치적 현실 간 괴리는 그리 새롭지 않다. 역사상 전쟁이 격화될 때 경제는 성장했고, 주식 시장은 호황을 누려 왔다. “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기대가 지나친 것 같지만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만큼 비이성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아직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신호가 더 많이 나온다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커지는 지정학·정치적 불안
지정학적 혼란이 세계 경제를 탈선시킬지 여부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중동 전쟁이 격화되면 유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홍해에서 선박 공격이 장기간 지속되면 무역 비용은 급격히 상승해 가격 안정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황소(bull market)’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올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미국이 처한 정치적 환경에 대한 불만이 유난히 많았다. 이 같은 혼란이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고, 더 큰 지정학적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현재 지정학적 불안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데다 두 개의 전쟁으로 안보 위협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더욱 고조시키고,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적들도 바이든 행정부의 무모한 표류보다는 향후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 큰 리스크로 여길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The Markets Party Like It’s 1939’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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