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에만 몰입"…임윤찬, 스스로 낮춰 '츠베덴호' 빛냈다

입력 2024-01-26 18:18   수정 2024-01-27 01:12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64)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취임 연주가 열린 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장 로비는 연주가 시작되기 40분 전부터 인파로 가득 찼다. 프로그램 북을 사려고 길게 늘어진 줄, 티켓과 배너를 찍으며 인증샷을 남기는 관객들…. 츠베덴의 취임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이날 협연자가 ‘인기 스타’ 임윤찬(20)이라 벌어진 장면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임윤찬의 연주를 오해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음악 또한 팝스타처럼 반짝이고 핫할 것이라는 오해.
○스스로 빛나려 하지 않은 임윤찬
이날 연주는 임윤찬이 스타가 아니라 음악가임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스스로 빛나려 하기보다 오직 베토벤에만 몰입하는 연주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시향과 손을 맞춘 협주곡 5번 ‘황제’는 그가 지난해 말 뮌헨 필하모닉과 들려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과는 다른 색채를 지녔다. 4번이 여성스럽고 참신했다면 5번은 웅장하면서 절도 있다.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사운드와 함께 화려하게 펼쳐지는 피아노의 분산 화음. 장대하게 시작하는 1악장 도입부에서 임윤찬은 에너지가 넘쳤지만 결코 과하지는 않았다. 그는 마치 츠베덴의 또 다른 자아처럼 오케스트라 전체를 조망하며 자신의 소리를 악단과 조화시켰다.

1악장에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함께 등장하는 부분이 많고, 이때마다 피아노는 마치 오케스트라에 맞서듯 넓은 음역을 활보한다. 이런 파트가 나올 때마다 임윤찬은 앞서가거나 묻히지 않으려고 힘쓰기보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하나의 음악으로 들리도록 소리를 민감하게 컨트롤했다. 서울시향의 한층 향상된 기량도 이에 따라 돋보였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번갈아가며 서로를 리드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협연자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카덴차(협연자의 독주 파트)에서는 페달을 최소화하고, 카랑카랑한 소리로 트릴과 꾸밈음을 선보였다. 느리고 숭고한 선율이 돋보이는 2악장에서는 붓처럼 스며드는 듯한 타건으로 자연스럽게 노래했다. 3악장 끝, 팀파니와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며 마무리되는 부분에서도 협연자는 팀파니가 들릴 수 있게 소리를 낮췄다.
○포부가 느껴진 츠베덴의 지휘
젊은 연주자니까, 화려한 테크닉과 독특한 사운드로 이목을 끌 것이라는 건 편견이었다. 그는 오히려 지휘하듯 전체 음악의 일부로 피아노를 활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부분마다 드러나는 임윤찬 특유의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과 이를 토대로 즉흥적으로 그려내는 듯한 연주 스타일은 여전히 관객에게 신선함을 줬다. “임윤찬의 연주는 들을 때마다 새로워서 종잡을 수가 없다”는 평단의 이야기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서울시향의 호연은 2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에서도 이어졌다. 이제 취임을 시작한 츠베덴의 지휘에서는 포부가 느껴졌다. 그만큼 악단에 대한 장악력이 느껴졌다는 이야기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그의 별명답게 단원들은 기초체력도, 근육도 성장한 듯했다. 이전에 비해 한층 섬세해진 현악 파트와 전반적으로 향상된 소리의 민감도가 그랬다.

그의 음악은 ‘숏폼’ 시대에 어울린다. 아이맥스 영화처럼 효과적이고 강렬한 몰입감이 있다. 목관 솔로를 비롯해 멜로디는 진하고 풍부하게, 포르티시모(매우 세게) 부분은 귀를 찌를 만큼 날카로웠다. 세계 일류를 목표로 한다면, 여전히 구조적인 세련미와 사운드의 품질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그가 이끄는 서울시향은 앞으로 약 16회의 공연이 남았다. 체력을 늘리고 근성장을 해서 만들어낼 서울시향만의 사운드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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