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불량' 화물차 뻔히 보고도…국토부, 단속 왜 어려울까

입력 2024-01-26 18:27   수정 2024-01-27 01:18

26일 서울 서부간선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방면 갈림길. 운전자 김모씨(38)는 금천교 방면으로 빠지기 위해 우측으로 차선을 변경했다가 깜짝 놀랐다. 12t 트럭 뒤로 100m가량이 텅 비어 있어서다. 김씨는 “짐칸 앞뒤로 삐져나온 철제봉을 싣고 가는 트럭의 결박이 허술해 불안한 운전자들이 멀찍이 떨어져 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적재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채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적재 불량’ 화물차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과적 단속만큼 적재 불량을 단속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단속된 화물차 과적 건수는 3만9609건이다. 부과된 과태료는 208억원이다. 적발된 차주에겐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면 2022년 기준 적재 불량 화물차 관련 공익신고 9만2196건 가운데 경찰이 범칙금을 통보한 사례는 2136건으로 2.3%에 그쳤다. 고속도로순찰대가 직접 적발한 사례는 한 해 2000~3000건 수준이다. 교통경찰도 적재 불량보다는 과속, 신호위반 단속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국토부가 전체 화물차의 86%를 차지하는 자가용 화물차에 대한 단속 권한이 없는 점이 단속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체 화물차 372만 대 가운데 자가용은 320만 대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계측기로 자동으로 무게가 측정되는 과적과 달리 적재 불량은 육안이나 단속카메라로 화물차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점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국도에선 국토관리사무소 단속원이, 고속도로는 국토부로부터 위임받은 도로공사가 톨게이트에서 과적 및 적재 불량 차량을 잡는다. 인력이 한정된 만큼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등 시간대에는 단속이 느슨해진다는 지적이다.

단속 권한이 없는 자가용 화물차는 국토부가 경찰청에 별도로 통보해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적 단속원에게 자가용 화물차 단속 권한을 주는 문제를 두고 경찰과 오랫동안 협의했지만, 법상 부처의 권한을 위임하는 문제여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로에서의 적재 불량은 낙하물로 인한 대형사고, 2차 사고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과적보다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충북 음성군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던 25t 트레일러에서 10t짜리 ‘롤러 차’가 떨어져 뒤따르던 화물차 조수석에 탄 60대 남성이 숨졌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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