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쌓아 올린 악뮤의 세계, 이런 게 힐링이구나 [리뷰]

입력 2024-01-28 23:39   수정 2024-01-29 10:02


약 3시간 동안 설렘, 기쁨, 쓸쓸함, 슬픔 이 모든 감정이 머물다 갔다. 곡 쓰는 이찬혁, 노래하는 이수현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만들어낸 10년간의 세계. 그곳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악뮤(AKMU, 이찬혁·이수현)는 28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전국투어 '악뮤토피아(AKMUTOPIA)'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인천 공연으로 양일간 1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이날 콘서트는 악뮤가 지난해부터 총 17회에 걸쳐 진행한 전국투어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회차로 의미가 남달랐다. 이찬혁과 이수현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환호로 맞이했다.

첫 곡은 지난해 8월 발매해 음원차트를 강타한 '러브 리(Love Lee)'였다. 사랑스럽고 풋풋한 데뷔 초 감성을 소환한 이 곡으로 악뮤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은 바다. 시작부터 깜찍한 안무와 떼창으로 관객과 하나가 된 악뮤였다. 이수현의 청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는 인스파이어의 훌륭한 음향 시스템과 만나 또렷하게 관객들의 귀에 꽂혔다.

'러브 리'에 이어 '물 만난 물고기', '리얼리티'까지 공연장은 금세 악뮤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채워졌다.


'남매 듀오'인 악뮤가 서로를 소개하는 멘트는 특별했고, 또 '반박 불가'할 정도로 정확했다. 이찬혁은 동생 이수현을 "17회 공연을 거쳐도 거뜬한 목소리, 우리나라에서 20대 최고의 음색을 가진 보컬리스트"로 소개했고, 이수현은 "나 같은 꾀꼬리 목소리도 좋은 노래가 없다면 부르지 못한다. 이 시대 천재 프로듀서로 악뮤의 수많은 곡을 쓴 이찬혁"이라고 화답했다.

이수현의 고운 목소리, 이찬혁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능은 곧 악뮤의 정체성이다. 정체성을 고스란히 펼쳐낸 악뮤의 세계가 바로 '악뮤토피아'였다. 공연 콘셉트는 이찬혁의 머리에서 나왔다. 영감의 신이 나타나 돈에 매달리며 음악을 하는 악뮤에게 20주년이 되는 시점에 팀명이 ATM으로 바뀌고 '인출'이라는 노래를 만든다고 예언한다. 이를 막기 위한 여정을 그려내며 올해 10주년을 맞는 악뮤는 "사람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악뮤의 감성은 때로는 미소를 짓게 했고, 때로는 우수에 젖게 했다. '전쟁터', '낙하' 무대에서는 강렬한 밴드 사운드에 올라탄 짙은 감성에 푹 빠졌고, 이찬혁의 '파노라마'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긴 여운을 남겼다. 이수현이 부르는 '뱃노래'는 아련하다 못해 구슬프기까지 했다. 최고의 히트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부를 땐 모든 관객이 조금의 소음도 내지 않고 숨죽여 감상했다.

무대 중간 이찬혁은 "눈으로는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데 머리로는 추억 여행을 가서 홀린 듯한 분위기인 게 좋다"고 말했다.


악뮤 하면 떠오르는 긍정 기운 가득한 무대도 빼놓을 수 없었다. '다이노소어(DINOSAUR)',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다리꼬지마', '기브 러브(GIVE LOVE)' 등 흥겨운 분위기에 관객들은 기립과 떼창으로 악뮤와 친밀하게 소통했다.

앙코르를 앞두고 관객들은 '악뮤의 매력으로 가득 채운 10년, 앞으로도 오랜 날 오랜 밤 함께해'라고 적힌 슬로건을 들었다. 이수현은 "안타깝게도 저희는 방송이나 무대 위에서 잘 울지 않는다"고 재치 있게 말해 팬들을 웃음 짓게 했다.

이찬혁은 "전국에서 17회 공연하는 가수가 많지 않더라. 자부심을 갖고 했다. 우리를 스크린으로만 본 분들인데도 응원해 주시고, 또 어떤 분들은 울기도 하더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콘서트였다. 10년 동안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프로듀싱하지 않냐. 이걸 앞으로 10년, 20년 더 할 거다, 사랑을 드릴 수 있는 가수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가수와 팬, 그걸로는 부족하다. 서로 힘을 나누는 공생관계, 동료이자 친구인 관계가 되어주자"고 덧붙였다.

이수현은 "작년에 '러브 리'로 활동을 시작해 콘서트까지 거의 반년을 활동했다. 오빠랑 자주 봤고, 여러 프로그램도 같이하면서 굉장히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서로를 더 존중하고 이해하게 됐다. 악뮤에게도 내게도 뜻깊은, 우애가 깊어진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반년이 지나가니 오빠와의 사이가 좋다가 이제 또 안 좋아지는 느낌이라 좀만 쉬어야겠다"면서 "다만 올해가 10주년이니 좋은 음악과 콘서트로 빨리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감히 해보겠다. 지난 10년 정말 감사했고, 앞으로의 10년도 더 해 먹겠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악뮤는 엔딩 곡 '오랜 날 오랜 밤'에 이어 앙코르로 '아이 러브 유(I LOVE YOU)', '작별인사'를 선보였다. 이찬혁, 이수현 두 사람이 나란히 무대 앞에 걸터앉아 부르는 '작별인사'를 듣고 있자니 '이게 진정한 힐링이구나'라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한겨울에 만난 악뮤의 세계는 참 따뜻하고 포근했다.

한편 콘서트가 진행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지난달 인천 영종도에서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아레나급 전문 공연장이다. 깨끗한 음향, 훌륭한 단차와 시야각, 쿠션이 더해진 좌석, 이동하기 좋은 앞뒤 좌석 간 간격까지 쾌적한 관람 환경을 자랑했다.

다만 인프라 부족 및 접근성 문제는 개관 한 달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라 아쉬움을 남겼다.

인스파이어까지 대중교통(지하철, 버스)만으로는 가기 어려워 자차 및 무료 셔틀을 이용해야 하는데 주말을 맞아 일반 방문객까지 몰려들면서 안 그래도 협소한 진입도로의 정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관객들이 아레나와 동떨어진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결국 이날 공연은 20분 지연됐다. 아울러 공연을 기다리며 즐길 수 있는 F&B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주변에 하나 있는 편의점의 대기 줄도 길게 늘어서 혼잡함을 더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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