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에 무너진 中企…"신규투자? 이자 낼 돈도 없다"

입력 2024-01-29 18:25   수정 2024-02-06 16:19


올해 창업 35년 차를 맞은 전기 절연제품 생산기업 A사. 이 회사는 작년 9월부터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영난을 겪다 보니 담보대출 38억원, 신용대출 6억원 등 빚이 44억원까지 불어났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공장을 담보로 추가 대출 2억원을 받고 긴급 운전자금 지원으로 1억원을 마련해 급한 불은 껐지만 자금난은 여전한 상황이다. A사 대표는 “그간 숱한 위기를 견뎌왔는데 올해 느끼는 위기감은 다르다”며 “상황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기물 수집과 운반을 하는 B사 역시 코로나19,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 등에 시달리면서 작년 하반기 재무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 고심 끝에 공장 일부를 임대해 이자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대출 규모가 큰 건설 하도급 업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조명업체 C사 대표는 “부동산 등을 담보로 2022년에 140억원을 빌렸는데, 일감이 떨어져 이자조차 갚을 수 없어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며 “신규 투자는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연체’ 꼬리표 단 中企 급증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연체 기업’ 꼬리표를 단 중소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원리금 상환은커녕 고금리로 불어난 이자에 짓눌려 생사의 갈림길에 선 기업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국내 6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중소기업 신규 연체 금액이 1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들은 대출 금리가 연 5%에 달하는 은행 문턱조차 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기업 체질이 크게 나빠진 탓이다. 어쩔 수 없이 찾은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는 연 9~10%에 달한다. 돈을 빌려도 갚아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국내 20개 은행에서 발생한 신규 연체 금액은 약 1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조1767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출금이 집중된 대형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제2금융권에 비해 우량 차주를 가려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9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국내 6대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 규모는 10조7000억원에 달했다. 2022년 3분기까지 신규 연체금은 5조451억원, 연말 기준으로도 7조650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1년 새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얘기다.
“올해 부실기업 더 늘어난다”
은행도 비상이다. 부실채권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신규 대출을 확대하기엔 불확실성이 높아서다. 각 은행이 대출 갈아타기, 경영 컨설팅 등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존폐 위기에 놓인 부실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고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은행들이 재무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매각하는 담보부 부실채권(NPL) 규모가 작년부터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 상태가 되는 시점을 정확하게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며 “연체 상각, 대환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올해 신규 연체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황에선 정부도 지원책을 섣불리 꺼내들기 쉽지 않다”며 “총선이 있어 단기 응급처방이 나올 수 있지만 줄폐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재원/최형창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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