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가 치솟은 것은 지난 29일 3일 차 경매 때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 측이 돌연 1414억원을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혈 경쟁을 피하겠다’던 기조는 온데간데없다. 당초 경매 시작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800억원대에서 낙찰될 것이라던 업계 예상도 빗나갔다. 통신 3사가 산 가격(SK텔레콤 2073억원, KT 2078억원, LG유플러스 2072억원)보다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통신사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경매 최저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준 보람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낙찰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낙찰자는 3년 안에 의무 구축 수량인 28㎓ 기지국 6000대를 구축해야 한다. 5G 28㎓ 기지국은 구축 비용이 대당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장비 구매 및 구축 비용을 합치면 최소 2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각 컨소시엄이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 혜택만 보고 ‘먹튀’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재무나 기술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띄우기’로 이득만 챙기고 파산할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사실상 경매 참여 사업자의 재정적 능력도 제대로 심사할 수 없었다. 2019년 6월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되면서다. 낙찰 사업자는 당장 올해 총낙찰가의 10%를 납입하고 사업을 벌일 수 있다.
각 사업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디지털 전환 수요가 커지는 데 따라 신사업 발굴 기회를 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8㎓ 주파수는 전파 도달 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지만 장점도 있다. 흔히 5G에 쓰이는 3.5㎓ 주파수보다 속도가 빠르고 처리 용량이 크다.
5G 28㎓ 주파수의 태생적인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조사업체 레콘애널리틱스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G 네트워크를 도입한 글로벌 통신사 66곳 중 43곳(65%)은 이 대역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9곳(14%)은 “이 대역의 상업적 활용도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2010~2016년 일곱 차례에 걸쳐 추진했다가 실패한 제4통신사를 ‘8수’ 만에 출범시킨 자체로 ‘자축’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취지대로 ‘통신 3사 과점’을 깨뜨리고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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