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 증거 능력 없다더니…결국 주호민 손 들었다

입력 2024-02-01 13:55   수정 2024-02-01 14:16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주씨가 고발한 특수교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주씨 측이 몰래 녹음한 음성파일의 '증거 능력'이 인정됐다.

당초 교실 내 '몰래 녹음'은 부모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해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쟁점이 된 사안이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의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경미한 경우에 한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별다른 사고 없이 유예 기간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이날 재판에선 주씨가 아들에게 들려보낸 녹음기의 녹음 파일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앞서 대법원은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등교시킨 뒤 여기에 녹음된 파일을 근거로 1,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초등학교 교사 재판과 관련,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부정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수업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학생 사이에 오간 대화를 부모가 녹취한 것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주씨 아들 사건에서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돼 녹음 파일이 증거 능력으로 인정됐다. 위법성 조각사유는 형식적으로는 범죄행위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말한다.

곽 판사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할 경우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이 같은 몰래 녹음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곳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 장소나 어느 정도 방어 능력과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장소가 아니었던 만큼 녹음 파일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교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특수 학급이라 장애를 지닌 학생 소수만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곽 판사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녹음 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 것은 물론 이를 기초로 확보된 2차 증거들의 증거능력 역시 있다고 판단했다.

주씨는 선고 공판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해 굉장히 우려했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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