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외과 필수의료, 사법리스크 줄이고 수가 올린다

입력 2024-02-01 18:27   수정 2024-02-02 02:46


‘의대 정원을 늘려도 돈을 잘 버는 분야로 의사들이 쏠려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의료계 등에선 “제도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비판해왔다.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는 낮은 건강보험 진료비 구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돈 잘 버는’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형외과 등엔 의사가 몰린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가 수십 년간 이어지면서 문 연 소아과가 사라져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안고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했다. 응급 환자는 수술할 의사를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신세가 됐다. 의사를 늘려도 이를 바꾸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이어진 배경이다.
○10년 뒤 의사 1만5000명 부족
1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엔 이런 고민이 담겼다.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리는 데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고착화한 의료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란 추계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19년간 고정된 의대 정원을 앞으로 10년간 1500명 정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이날 발표에선 제외했다. 정부는 대신 ‘단순히 의사만 늘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담았다.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필수의료 의사가 비필수 분야 의사보다 경제적으로도 대우받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돈 잘 버는 직업’이란 개념을 ‘의사=사람 살리는 직업’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허제도 바꿔 무분별한 개원 차단
정부는 필수의료와는 거리가 있지만 돈을 잘 버는 ‘의사 인력 블랙홀’을 막기로 했다. 대학병원 등에서 일정 기간 의료 기술을 배워야 병원 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개원면허’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영국 캐나다 등에선 의사가 추가 교육 등을 받아야 병원 문을 열 수 있다. 국내에선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만 받으면 누구나 병원을 열 수 있다. 개원 문턱을 높여 젊은 의사가 필수의료 분야에 남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만 독점하던 피부·미용 시술의 진입 자격을 다른 직종까지 푸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용의료 시술에 관한 별도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영국은 등록 간호사가 보톡스·필러 등의 추가 자격을 취득하면 시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도 간호사가 레이저, 주사시술 등을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사회적 논의 등을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학금 받고 지역 근무하는 의사 늘려
의사들에게 외면받는 필수·지역의료 분야엔 당근책을 내놨다. 이 분야에 2028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한다. 난도와 위험도가 높아 숙련된 의사가 필요한 진료 행위엔 ‘공공정책수가’ 형태로 건강보험 진료비를 더 주기로 했다. 진료비를 책정할 때 의사들의 당직 시간도 고려할 계획이다. 분만·소아진료 등에 먼저 적용한 뒤 다른 분야로 확대한다. 의사들이 지방 병원에 많이 근무할 수 있도록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 의대생이 장학금을 받고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료리더 육성 제도’ 등도 마련한다.

대학 입시에서 지역 출신 인재를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비율을 대폭 높일 계획이다. 지금은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 인재로 채워야 한다. 80%로 정한 부산대 전남대 등의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부 대형 대학병원(3차 병원)은 4차 병원에 해당하는 ‘고도 중증진료병원’으로 기능을 개편해 수도권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구조를 바꿀 계획이다.

이지현/황정환/허세민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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