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부딪힌 자율주행…현대차 美파트너 투자 중단

입력 2024-02-01 18:28   수정 2024-02-02 09:37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파트너인 미국 앱티브가 합작사 모셔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 모셔널의 증자 요청에 불참하기로 하면서다. 6년간 준비해온 모셔널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상용화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손실 부담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모셔널의 공동 투자자인 현대차그룹으로선 고민에 빠졌다. “완전 자율주행은 먼 얘기”라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비용 부담에 한 발 뺀 앱티브

1일 업계에 따르면 케빈 클라크 앱티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개최한 실적 발표회에서 “모셔널에 더 이상 자본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보유 지분도 상당 부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20억달러(약 2조6700억원)를 투자해 2020년 3월 공동 설립한 회사다. 지분은 현대차(26%)·기아(14%)·현대모비스(10%) 등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50%씩 보유하고 있다.

클라크 CEO는 “기술 개발 측면에선 모셔널이 꾸준히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하드웨어와 결합해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 모빌리티 시장에서 채택되기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직 기술도, 돈도 안 되는 데다 투자금 회수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막막하다는 얘기다. 모셔널은 당초 작년 말 시작하려던 로보택시 유료 운행을 올해로 연기했다. 앱티브는 작년 한 해에만 모셔널로 인한 지분 평가손이 3억4000만달러(약 45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앱티브가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로 예상됐던 모셔널 증자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됐다. 작년 상반기 기준 7500억원 적자인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에 증자를 요청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그룹 내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지분율은 달라지겠지만 큰 틀에서 앱티브와의 합작 관계는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가시밭길’ 걷는 완전 자율주행
곧 도래할 것 같았던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의 개막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2020년 이전만 해도 “고도의 자율주행 상용화가 곧 이뤄진다”며 애플, 구글,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가 뛰어들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2017년 총 36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했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는 2022년 말 폐업했다. 아르고AI는 “2021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어느 양산차 제조사도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레벨4는 웬만한 비상 상황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가 알아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해 스스로 주행하는 수준이다.

GM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로보택시에 레벨4 기술을 적용하고, 지난해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료 운행까지 시작했다. 하지만 잇단 사고로 석 달 만에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연 3조원씩 크루즈에 쏟아부었던 GM은 올해 예산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삭감하기로 했다.

잇단 몸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들은 자율주행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구글 웨이모는 미국에서 로보택시 사업 지역을 차근차근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완전자율주행(FSD) 12 버전을 베타 테스트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초기 어려움이 있어도 꾸준히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확보해야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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