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의료 사고 땐 무더기 기소…의사들 병원 다 떠나게 만들어"

입력 2024-02-01 20:54   수정 2024-02-02 02:45

“저도 과거에 의료사고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지만 그 사건 한 건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다른 일을 못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자신의 검사 시절 수사 경험을 소개했다. ‘의료인과 환자의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수사 절차를 정비하겠다’는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의 보고를 받은 뒤 소아과 등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소하려면 사법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꺼낸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미제 사건을 수백 건 남기면서 그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공부했다”며 “국문으로 영문으로 된 의료 서적을 비교하며 읽고 사진·영상을 전부 사무실에 붙여놓은 채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의료 사고 사건은) 그만큼 열의를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처리하기 어렵고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 처리”라며 “그런 준비도 없이 그냥 의사를 부르고 조사하고 압박하면 (의사들은) 다 병원을 떠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소아과 기피 현상이 강해진 이유로 의료인 사법 리스크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엄청난 의료인이 조사받고 기소당했다”며 “그러니까 월급 올려주고 수당을 줘도 ‘(소아과는) 싫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 사고 관련 고소·고발이 있다고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수사를) 신중하게 해달라”고 검찰에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료계 관계자와 시민, 환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주무부처 장관 외에 검사장인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리했다. 이를 두고 의료인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권 국장은 토론회에서 “의료인에 관한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자제하고 중과실 없는 응급의료 사고는 형 감면 규정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저도 한때는 잘나가는 의사였는데, 제 친구가 ‘밥은 먹고 사느냐’고 말한다”고 하자 웃으며 “박수 한번 칩시다”라고 했다. 그러자 현장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연구 중심의 의료생태계 강화를 위해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는 한 서울대 연구원의 건의에는 “의료·바이오 분야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많이 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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