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면 사라지는 노조간부" 투서에…LG이노텍 노사 '충돌'

입력 2024-02-02 17:47   수정 2024-02-02 18:32


'투서' 한 장에 LG이노텍 노사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회사 측이 계약직 직원을 가장해 노조 간부의 일탈을 고발하는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노조 간부의 근태 불량을 밝히는 익명 제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LG이노텍 노조에 따르면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산하 LG이노텍노조는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이노텍 본사 앞에서 ‘노경팀 투서 공작 사건 규탄! LG이노텍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가 회사의 ‘투서 자작극’ 의혹을 제기하며 개최된 이번 결의대회는 35년만의 본사 상경투쟁이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11월 LG이노텍 구미공장의 노조위원장, 인사노경팀장, 생산관계자 등에게 우편물이 전달됐다.

자신이 현장 계약직 사원이라고 주장한 발송인은 "노조 간부들이 오전에 출근도 늦게 하고 오후에는 4시만 되면 사라진다. 수시로 자리를 비워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계약직에게 일을 다 시키고 본인은 일하지 않는다. 일하지 않으면서 왜 특근(연장근로)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노조 측은 계약직이 알 수 없는 근태 사항들이 투서에 기록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구미경찰서에 발송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찰 수사 결과 우체국 CCTV에 포착된 투서 발송인은 계약직 직원이 아닌 LG이노텍 인사노경팀 직원이었다고 한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12월 20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노조는 해당 투서가 구미공장 노사를 담당하는 노경팀장의 지시에 따라 팀원이 계약직원을 가장해서 공작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던 전 노조 위원장을 밀어내고 지난 2022년 당선된 신임 집행부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의 자작극이라는 지적이다.

이중일 LG이노텍 노조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12월 경찰 조사로 명백한 범죄행위가 밝혀졌음에도 사측은 사과와 반성은 뒤로한 채 익명의 제보라며 뻔뻔함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는 이전에도 노조 선거에 개입하고 현 집행부의 당선을 막기 위해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고, 사사건건 감시하는 등 노조 길들이기를 시도했다"며 "투서 사건 또한 노조를 길들이기 위한 시도로 보이며, 회사는 지금까지 투서를 보낸 노경팀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조합 간부의 일탈행위를 바로 잡고 노조 자정작용을 위한 공익목적의 익명 제보"라며 "사실 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원칙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서 노조는 성과급 인상도 함께 주장했다. 노조는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20조 6053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매출과 8300억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은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다"며 "경영성과급 산정방식을 전면 재설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성과급도 2021년부터 구성원들에게 공유한 산정 기준에 의해 매년 지급되고 있다"며 "인사제도는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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