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부부는 임대사업법인 직원 이모씨를 앞세워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터진 대규모 전세금 미반환 사건 이후 안산시에서 처음 발생한 대형 사고”라고 설명했다.
세입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계약이 끝난 임차인 100여 명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약 76억원 규모다. 아직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만기가 남아 있는 가구를 감안하면 피해액이 100억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도시형생활주택 전용 건물인 도원스위트빌Ⅰ~Ⅲ는 23~59㎡ 규모 원룸 및 투룸 147가구로 구성됐다. 부부의 임대법인이 전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0여 년 동안 월세 없이 대부분 전세로 돌렸다. 임차인 박모씨(36)는 “임대인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최근 법인 통장이 가압류됐다는 소식이 들렸고, 작년 말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임의경매 고지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법인 대출이 연체돼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경매 절차에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온전히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전 가구의 근저당권 권리금액 규모가 총 183억원으로 전세금 총액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경매 진행 시 보증금보다 먼저 빠져나가는 국세 체납액이 상당하고,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경매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가구별 전세 보증금은 4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규모”라며 “국세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는 보증금 5500만원 이하 가구는 극소수”라고 했다. 최우선 변제권을 사용하면 최대 19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이들 부부는 일부 가구에 불법 ‘방 쪼개기’도 했다. 해당 가구 임차인들은 ‘셀프 낙찰’을 시도하더라도 1000만원이 넘는 원상복구 비용을 물어야 한다. 도원스위트빌Ⅲ에선 3~10층의 총 8가구가 16가구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부부가 의도적으로 전세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계약 상당수를 진행한 인근 T공인중개사에서 ‘건물 시세와 비교하면 근저당권이 많지 않다’고 세입자를 안심시켰고, 애초에 대리인 이모씨를 주인으로 알던 세입자도 많아서다.
이에 대해 T공인중개사 김모씨는 “2019년까지 해당 건물은 위험하지 않았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주인 사정이 나빠지는 것까지 공인중개사가 알 순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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