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관용의 이슬람은 어떻게 폭력의 가면을 썼나

입력 2024-02-02 18:43   수정 2024-02-03 01:08


이슬람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이슬람 하면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나 무력을 이용한 강압적 선교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한 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칼’이라는 말도 사라지지 않았다.

프랑스 낭트대 역사학과 교수 존 톨란은 <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에서 1400년에 이르는 이슬람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호전성과 폭력성이 묻어 있는 서구적 시선을 배제하고 시중에 떠도는 오해들을 바로잡는다.

톨란 교수에 따르면 이슬람의 ‘무기’는 관용이었다. 관용을 통해 아라비아 반도를 넘어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그들은 정복 영토의 민족에게 이슬람교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다. 유대인과 기독교인을 ‘딤미’(보호받는 백성)라고 부르며 ‘지즈야’(인두세)만 납부하면 자치권을 부여하고 병역도 면제해줬다. 이슬람이 사회 주도 세력이긴 했지만 기독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들도 공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당시 이슬람은 신을 믿는 선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원받는 자들의 공동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파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도 원래 이슬람 교리와는 거리가 멀다. 코란은 “남자나 여자나 믿는 자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를 위한 보호자들이니라” “나는 남녀를 불문하고 너희가 행한 어떠한 일도 헛되지 않게 할 것이니라. 너희는 서로 동등하니라” 등의 구절로 남녀평등을 강조한다. 이슬람 이전에 아랍 세계에 만연했던 여아 살해를 금지하고, 여성에게도 재산을 소유하고 상속받을 권리를 보장했다.

저자는 이슬람을 폭력과 테러의 이미지로 물들인 과격 무장단체들 뒤에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서방세계의 은밀한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은 세계대전 승리를 위해 이슬람의 분열을 조장했고, 미국과 영국 등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오사마 빈 라덴이 참여하고 있던 아프간 반군에 자금과 병참을 지원했다. 유럽연합(EU)은 리비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고문과 착취, 살인 등 비인도적 행위를 벌인 리비아 정부를 도왔다.

책은 이슬람이 갖고 있는 희망의 빛도 적었다. 오늘날 많은 무슬림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재스민 혁명’이나 ‘아랍의 봄’ 등과 같이 이슬람의 폭력과 독재에 항거하는 민중 운동이 있었다.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한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으며, 코란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이슬람을 개혁하고자 하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톨란 교수는 이슬람 개혁을 이끄는 대표적인 사례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시린 에바디(2003년)와 예멘의 타우왁쿨 카르만(2011년),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2014년) 등을 소개한다. 에바디는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 출신으로 법복을 벗은 뒤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해 이슬람 인권 향상을 위해 힘썼다. 저널리스트인 카르만은 자유로운 여성 언론인 협회를 만들어 정권에 대항했고, 유사프자이는 파키스탄에서 어린이 교육권을 위해 투쟁하는 어린 인권운동가다.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은 이슬람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가 아니다. 다만 전쟁과 폭력으로 가려진 이슬람 뒤의 역사와 정치적 역학관계 등을 대중에게 알리고 다각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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