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첨단산업 육성, 전력시스템 투자가 우선

입력 2024-02-04 17:56   수정 2024-02-05 00:17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가 한국을 찾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오픈소스 개발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원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AI를 뒷받침할 반도체, 배터리산업을 선도하는 유수의 기업을 통해 한국이 성장성이 부각되는 나라임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최근 한국 증시는 중국보다 못한 상황을 맞았다. 우리의 주력인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산업이 중국 경기 침체와 맞물려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과 여타 경쟁 기업의 추격도 거세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무역 제한 조치를 한 이후 중국은 저가형 보급 반도체를 시작으로 5나노급 반도체의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차전지와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을 치킨게임을 통해 중국이 독식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조선업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은 우리가 앞서 있으나, 전반적인 수주 물량은 이미 따라잡힌 지 오래다. 이렇듯 우리의 주력 산업은 다양한 이유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산업 등 17개 산업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첨단산업단지도 전국에 마련하기로 했다. 반도체는 용인과 평택을 중심으로 선정했고, 2차전지는 청주 포항 울산 새만금으로, 디스플레이는 천안 아산 등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전국에 퍼져 있는 첨단산업단지를 온전히 개발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이들 첨단전략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며 전력을 60㎐에 맞춰서 안정적으로 공급해야만 수율을 유지할 수 있다. AI가 대세인 세상에선 데이터센터를 대량 증설해야 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 수요까지 감안하면 우리가 발전설비를 적기에 늘리고 충분한 송배전망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전력시장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독점 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안정적으로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신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은 허상이고,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전력 시스템은 언제 불안정해져도 이상하지 않다. 작년 한 해 한전은 3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로는 더 이상 안전하고 질도 좋으면서 값까지 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규로 첨단산업단지를 아무리 유치해도 그 지역에 전기를 공급할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에 들어서면 근접거리에 신규 발전소를 대량으로 건설할 수 없기에 결국 대규모 송전설비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전력계통 혁신 방안을 통해 횡단형 HVDC와 종단형 HVDC 계획을 발표했다. 혁신적인 ETX(electricity transmission express) 구축 방안도 제시했다.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경험했듯 한전이나 산업통상자원부 단독으로 모든 전력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민 수용성도 결국 보상 재원이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항상 물가안정에 밀리고 정치적 판단에 좌우된다. 전기요금의 원료비 연동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요금을 현실화해 전력기간망 구축을 국가의 최고 정책 목표로 삼고 이를 추진하는 일을 더는 미루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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