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글로벌 완성차 업체, 하이브리드카로 '유턴'

입력 2024-02-05 15:42   수정 2024-02-05 15:43


전기차(EV) 전환에 매진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완급 조절에 나섰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자 초과 공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각 기업은 잇달아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는 크게 늘지 않는 모습이다. 대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카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인지한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체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전기차 올인 취소한 GM
미국의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30일 실적발표회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인정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를 다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GM은 중국에서만 PHEV를 판매했다. 북미 지역에서 하이브리드 차종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기존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앞서 GM은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부에선 하이브리드 차종을 전기차 전환의 걸림돌로 여겼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하이브리드 차종이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전략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EV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GM 자문위원회에 소속된 딜러들은 최근 신차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차종을 추가해달라고 경영진에 요구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중간’을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GM은 이를 사업 전략에 반영해 전기 픽업트럭 출시 계획을 미루고 하이브리드카를 도입했다는 분석이다.

포드는 올해 F-150 하이브리드카 생산량을 전년 대비 20% 늘릴 계획이다. 또 전 차종에 걸쳐 하이브리드 생산량을 작년보다 4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폭스바겐도 올해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 주요 모델에 하이브리드 차종을 추가할 계획이다.
○성장세 한풀 꺾인 전기차

전기차 수요 성장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12.3%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2022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58.7%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2%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는 전기차 사업부 암페어를 분할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올해 전체 직원의 15%를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동반 위축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중국 CATL은 지난해 순이익을 최대 455억위안으로 추정했다. 1년 전에 비해 48.1% 증가한 수치지만, 2022년 증가율(92.89%)의 반토막 수준이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업계도 휘청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은 수요 둔화에 따라 올해 전체 직원의 4%를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체재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카
하이브리드 차종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완성차 전문 정보업체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미국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해 100만 대를 넘겼다.

미국 자동차 딜러인 크리스 해머스마이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은 하이브리드카”라며 “기아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 스텔란티스의 지프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PHEV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신차 중 하이브리드카 비중은 25.8%로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 증가했다. 중국은 올해 하이브리드카 성장률 전망치가 24.8%로 전기차(23.9%)를 앞질렀다.

전기차보다 합리적인 가격이 하이브리드카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작년 11월 미국 소비자는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데 평균 4만2500달러를 지급했다. 전기차 평균 구입 가격은 6만500달러에 달했다.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늘면서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 자동차딜러협회는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2035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철회해야 한다”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수요를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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